"도와달라" 쪽지 넣었지만..방치된 학교폭력

김종원 기자 2015. 11. 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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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학교마다 설치돼 있는 학교폭력 신고함입니다. 또래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학교에 조용히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건데, 실제로는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심한 학교폭력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는 두 명, 체육특기생으로 또래보다 덩치가 컸던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당시 학급 친구 : (가해자가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고 (성기를) 갖고 놀고 이런 수준이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카메라로 찍으면서 다들 웃었어요.]

결국 한 피해 학생이 참다못해 복도에 설치돼 있는 학교폭력 신고함에 익명으로 도와달라는 쪽지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신고함을 열어본 교사는 없었고, 괴롭힘은 6개월이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른 친구들이 한 교사에게 얘기하면서 학교폭력 전말이 알려지게 됐고, 교사들은 부랴부랴 그제 서야 신고함을 열어봤습니다.

[당시 담당 교사 : (학교폭력 신고함 조사를) 매일은 안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당시 폭행 건 신고는 좀 늦게 발견된 감이 있었어요.]

[당시 학교 관계자 : 그게 몇 개월 동안 먼지가 뽀얗게 쌓여서 있더라고요. 아무도 안 열어본 거예요, 세상에. 걔한테는 그거밖에 없었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부분을 빼서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서 최종단계에서는 빠진 건가요, 성추행 부분은?) (성추행 부분) 그거까지 거기다 집어넣어서 보고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

가해학생은 결국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옮겨 간 학교는 체육특기생이 더 선호한다는 지역의 명문 체육거점학교였습니다.

[당시 학교 관계자 : (가해자는) 손해 볼 게 전혀 없으니까. 다른 아이들이 그 사건 끝나고 나서 "(가해자가) 그렇게 했는데 더 잘됐어요, 걔만" 아이들이 그러더라니까요.]

학교의 무관심과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에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지속되면서 학교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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