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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과장 & 李대리] 회계사 남편 때문에 펀드가입 마음대로 못하고.."야근했다는 증거대봐" 경찰 아내 '취조'에 후덜덜

오동혁 입력 2015. 11. 23. 18:27 수정 2015. 11. 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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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의 이색 결혼생활 고민 "아내 광고회사가 싫어요" 잦은 야근에 불쑥 밤샘근무..퇴근 기다리다 선잠·수면부족 컨설턴트 남편의 직업병 상사와의 갈등 하소연했더니 "소통 힘써라" 논리적 답변만

[ 오동혁 기자 ]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부담스러운 자녀 양육비 등으로 인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3포 세대’란 단어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졌다. 요즘은 젊은 세대가 포기한 리스트에 취업·주택구입·희망·인간관계를 더해 ‘7포 세대’란 말도 등장했다.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로 ‘N포 세대’란 말까지 나왔다.

맞벌이 부부는 연애·결혼·취업을 해결했으니 ‘포기 세대’가 볼 때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외벌이에 비해 수입도 많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외벌이 부부는 잘 모르는 부부생활의 고민거리도 있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배우자의 직장생활 문제로 부부가 갈등하기도 한다.

소통과 배려로 극복하는 게 정석인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고달픈 일상 탓에 서로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쉽지 않다. 매달 돌아오는 대출 상환기일과 자녀양육비, 교육비를 생각하면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맞벌이 가구 비율은 43.9%. 이들은 오늘도 회사와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기 위해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해 못할 당신의 회사

대형 건설사 구매팀에 근무하는 홍 대리(33)는 지난해 가을 결혼했다. 주변에서는 “신혼이라 재미 좋지”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실상은 다르다. 홍 대리의 아내는 직원 10명 남짓의 소규모 광고대행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야근은 필수고 밤샘작업으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허다하다.

불규칙한 아내의 생활 패턴으로 홍 대리의 삶도 조금씩 엉망이 돼가고 있다. 매일 새벽이 돼야 들어오는 아내를 기다리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자 1년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아내의 귀가를 기다리지 않고 속 편히 잘 때도 됐는데, 신혼 초 먼저 잠들었다 아내에게 크게 혼이 난 뒤 선잠으로 밤을 보내기 일쑤다. 홍 대리가 “대체 왜 그렇게 야근이 잦냐. 나도 이제 편히 잠 좀 자면 안 되느냐”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아내의 대답은 늘 같다. “우리 업계가 원래 좀 그래. 가정생활 유지하려면 당신이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대기업에 다니는 송 부장(42)은 회계사 남편 때문에 2억원을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 변액보험 투자금 상당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남편이 근무하는 회계법인이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의 감사를 맡게 돼서다.

남편이 일하는 회계법인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은 물론 배우자까지 감사대상이 되는 운용사의 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소속 회계사에게 직계가족 계좌를 제출하도록 해 증빙을 요구한다.

송 부장은 남편에게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걸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리고 왜 당신 회사가 내 계좌를 털어보느냐. 이건 인권침해다”고 하소연했지만 파트너 승진을 앞둔 남편은 “당신이 해약하지 않으면 내가 회사를 관둬야 한다”며 난감해할 뿐이었다. 송 부장은 “만기가 9년 남았는데 지금 해약하면 40%의 손실이 확정된다”며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남편더러 회사를 관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 아내의 추궁

대기업에 다니는 김 과장(34)은 지난 5월 결혼했다. 남편은 한 외국계 전략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는 컨설턴트다. 평소 당당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습이 김 과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결혼 전 반했던 남편의 모습이 결혼 후엔 다르게 보였다. 남편은 결혼 초기부터 컨설턴트 특유의 논리적 분석으로 김 과장의 회사생활을 평가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남편에게 위로받고 싶어하는 여자 심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한번은 상사와 갈등이 생겨 하소연하자 “업무 속도를 높이고 상사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라”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김 과장은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남편에게 아예 꺼내지 않게 됐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남편에게 큰마음 먹고 서운함을 털어놨다. 남편은 “고쳐보겠다”고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다. 김 과장은 “머리로는 ‘남편의 직업병을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가슴으로는 상처받는다”며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이러는데 앞으로 수십년을 어떻게 살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공기업에서 대관(對官)업무를 담당하는 임 대리(34)는 1년여간의 연애 끝에 최근 결혼했다. 임 대리의 아내는 경찰관. 연애할 때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두 사람은 최근 임 대리의 늦은 귀가시간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아내는 그가 늦을 때마다 “어디 가서 뭘 하다 늦었느냐”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털어놓으라고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또 임 대리가 “야근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친구들과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다. 아내가 이미 임 대리의 퇴근 후 이동경로를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고 있었던 것.

“‘솔직히 말했으면 정상참작하려 했는데 변명했다’며 더 화를 내더라고요. ‘이 여자가 왜 이럴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직장에서 하던 행동을 집에서도 그대로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업병, 참 무섭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첫째도 육아전선에…

서울의 한 생명보험사에 다니는 김 과장(39)의 가장 큰 고민은 육아다. 같은 금융권에 종사하는 아내는 자신만큼이나 야근과 회식이 잦다. 김 과장 부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배기 아들을 번갈아 데려오기 위해 최근 당번제 운영에 들어갔다.

부부가 공평하게 절반씩 나눠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데려오자는 취지에서다. 부득이하게 두 사람 모두 회식이나 야근이 있는 날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에게 아들의 귀가를 부탁한다. 아직 어린 딸이 부모 역할까지 떠안는 모습이 애처롭다. 김 과장은 “육아를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겼다가 최근 다퉜다”며 “자녀 한 명도 벅찬데 둘째는 낳지 않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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