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일보

"우리 모두 소설가처럼 좀 바보같이 삽시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입력 2015. 11. 28. 03:39 수정 2015. 11. 29. 09:1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제46회 동인문학상 시상식, 소설가 김중혁씨 수상] 본심만 5번.. 4전 5기 끝 영광, 출간 석 달에 1만3000부 찍어 동료 문인들 대거 참석해 축하

"책 제목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어느 날 문득 떠올렸고, 수수께끼 같은 제목의 의미를 한참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는 일이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46회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중혁씨가 27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의 의미를 소설 창작론으로 풀이했다. 김씨는 "소설이라는 '가짜 팔'로 저는 계속 무언가를 껴안고 있다"며 "과분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수상작은 현대인의 진정한 만남과 소통 방식을 다양한 직업군의 남녀들 만남으로 그려낸 단편 모음집이다. 순수 창작집으로는 보기 드물게 출간 석 달 만에 1만3000부를 찍었다.

김중혁씨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나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른 4전5기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오늘은 제가 주인공이지만, 저는 주인공인 자리가 여전히 어색하고 겸연쩍다"며 "어릴 때 운동회 달리기 시합 때 늘 꼴찌를 한 것은 달리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눈으로 어머니가 어디 계시나 확인하느라고 늘 뒤처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도 와 계시고 많은 사람이 제가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오늘도 말을 잘 못할 게 분명하다"고 눙친 뒤 자신의 소설에 대해선 달변을 쏟아냈다. "저는 제 소설이 저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해 보이고, 잘 난 구석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한 발 뒤에서 멍하니 세상을 지켜보고 있는 저를 닮은 소설이 좋았다. 언제나 머뭇거리고, 이상한 데서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어중한 제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순수문학을 무용(無用)한 것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소설이 지닌 가치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선후배와 동료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라, 그럴듯한 거짓말을 생각해내느라 고민했을 수많은 밤을 생각해보면 소설가는 바보 같은 직업"이라며 "저는 세상 사람들이 (소설가처럼) 좀 더 바보 같아지고, 그럴 듯한 거짓말로 장난치기 위해서 온종일 허비하는 일이 잦았으면 좋겠다"고 우스개를 던졌다.

축사는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인 김연수씨가 맡았다. 김씨는 "우리는 고향 김천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오랜 친구"라며 "제가 일본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친구가 상을 받았다고 해서 비행기 타고 축사하러 왔으니, 여기 와 있는 것 자체가 축사"라고 했다. 그는 "김중혁이 고등학생 때 두꺼운 문학평론집을 읽는 것을 보곤 약이 올라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는 그때 이후 문학 수업을 같이한 친구"라고 했다.

수상자 김중혁씨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를 받았고, 동화작가인 부인 김양미씨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김화영 김인환 오정희 정과리 구효서 이승우씨,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의대 명예교수, 소설가 은희경 김인숙 김경욱 편혜영 김애란 김유진 한은형씨, 시인 곽효환 서효인씨, 평론가 이광호 정홍수 강동호씨, 출판인 박상준 염현숙 주일우 홍예빈 안성열 김현정 이진숙 강윤정씨, 서평가 금정연씨,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