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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자친구 4시간 반 폭행하고 맞고소까지 한 예비의사

김종원 기자 입력 2015.11.30. 14:15 수정 2015.12.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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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히포크라테서 선서 中

인간의 생명을 누구보다 소중히 해야 할 의사들의 양성소 의학전문대학원 안에서 한 사람의 인격까지 말살하는 끔찍한 폭력행위가 벌어졌습니다. 데이트 폭력입니다.

● “왜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아?” 여자친구 4시간 반 감금, 폭행

올해로 31살 된 피해자 이 모 씨는 지방 한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생입니다. 이 씨는 2살 많은 같은 학년 동기 남성과 지난해부터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제 시작 석달여가 지난 시점부터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의 언어폭력으로 시작된 폭행은 급기야 육체적 폭행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러던 올 3월, 사건이 터졌습니다. 새벽 술을 먹고 귀가하는 길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한 가해자. 그런데 이 때 말투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이유로 새벽 3시10분 쯤 여자친구의 집을 쳐들어오듯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왜 전화를 싸가지 없이 하느냐’고 따져물으며 폭행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끔찍한 상황은 남자친구가 문을 열으라고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부터 고스란히 녹음이 됐습니다. 4시간 반 분량입니다. 피해자는 예전에도 두 차례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가해 남성은 번번이 ‘내가 언제 너를 때렸느냐, 증거를 대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폭행이 있게되면 발뺌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과를 받기 위해 녹음을 하게 됐다는데, 이게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4시간 반 분량의 녹취를 보면 당시 폭행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으며, 피해자는 얼마나 큰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먼저 녹취록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 녹음기에 담긴 끔찍한 당시 상황

여성의 집으로 쳐들어오듯 들어온 남성은 전화를 왜 그렇게 싸가지 없이 받았느냐며 시비를 걸어옵니다.

남자친구: (전화를) 싸가지 없게 했어 그러면? 왜 그랬어?

여자친구: 졸려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걸 가지고 밤에 전화해서..(퍽퍽 (폭행 소리))

남자친구: 네가 언제? 이 XXX야! (퍽 (폭행 소리))

여자친구: (무척 고통스러운 듯) 아악, 아아악.

보도를 통해 직접 녹취를 접하신 분은 느끼셨겠지만, 정말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그것도 교제를 한다는 여성을 이렇게 심하게 때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시간이 갈수록 폭행은 더 엽기적으로 변해 갑니다.

남자친구: (발로 차는 폭행을 상당히 진행한 뒤 ‘탁!’ 소리 들린 후) 일어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여자친구: (신음소리) 아~

남자친구: 아홉!

여자친구: (울먹임)

남자친구: 어이~

여자친구: (고통스러워하듯 신음소리) 아..

남자친구: 뭐하냐?

여자친구: 허리 아퍼. (울먹임)

남자친구: 허리 아퍼? 허리가 아파요? 눈물이 나요? 이 XX, XXXX아! 어? (‘퍽!’ 발로차는 소리 연속해서 들린 후)

여자친구: 울먹임

남자친구: 일어나!

여자친구: (울먹이며) 못 일어나겠어.

남자친구: 하나, 둘, 셋

여자친구: (울먹이며) 앉을 수가 없어..

남자친구: 넷, 다섯, 여섯, 일곱

여자친구: (울면서) 허리 아프다고

남자친구: 여덟, 아홉, 열 (‘퍽!’ 발로차는 소리)

여자친구: (비명 지르는 소리) 악! (‘퍽!’ 발로차는 소리)

여자친구: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아아악...

남자친구: 못 일어나겠어? 내가 장난 하는거 같냐? 이 XX! XXXX야!! (‘퍽!’ 발로차는 소리)

여자친구: (울먹이며) 오빠 진짜 너무 아프다고.. (울음)

남자친구: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퍽!’ 발로차는 소리)

여자친구: (큰 소리로 비명) 아아악! (‘?!’ 뺨 때리는 소리)

남자친구: XX! 장난하냐? 응? 어? 장난하냐?

여자친구: (고통스러운 듯 울먹임) 살려줘... (울음)

남자친구: 일어나!

여자친구: 배 아퍼 (울음)

남자친구: 열 센다. 열까지 센다!

여자친구: (큰 소리로 울음)

남자친구: 하나, 둘, 셋,

여자친구: (울먹이며) 오빠, 일어날게.

남자친구: 넷, 다섯 (여자 일어났지만, ‘퍽!’ 발로차는 소리)

여자친구: (비명)아악! (울음)

남자친구: 일어나기 싫구나? 어?

여자친구: (목을 졸린 듯 비명) 악!

남자친구: 별로 안 맞으니까 여유롭네, 그치?

여자친구: 이러다..(울음)

남자친구: 뭐하냐? 너 나랑 뭐하냐? 오늘 너랑 나랑 끝장 날거야! 내일 없어! 어? 죽자, 그냥! 죽어!

여자의 허리와 복부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는 열 셀때까지 일어나라고 계속 폭행을 했습니다. 열 세도록 못 일어나면 못 일어난다고 때리고, 겨우 일어나도 또 때렸습니다. 취재진 조차 녹취를 한번에 다 듣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폭행의 이유는 전화를 싸가지없게 받았다는 건데요, 이를 추궁하는 내용도 녹음이 됐습니다.

남자친구: 왜 재수없게 말해? “나는 잔다.” 이렇게 말했지?

여자친구: 안 그랬어, “잘 자” 라고 그랬어. “나는 잔다.”라고 안 그랬어 (흐느낌)

남자친구: 싸가지 없게 얘기 안했다고?

여자친구: 잠자다가 받아서 그랬어, 오빠가 싸가지 없게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남자친구: 지금껏 천 번 넘게 얘길 했는데 싸가지 없게 들리는 걸 몰랐어? 또 했어? 응? 내가 언제까지 참아줬어야 됐지? (폭행 이어짐)

그러고 남성은 여자의 휴대전화를 검사합니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와 메신저를 일일이 확인하다가 마음에 안드는 문자를 발견합니다. 다른 학생과 주고받은 문자였는데요, “어디에요?”라고 묻는 문자에 “00에 있어요”라고 답을 한 문자가 화근이 됐습니다.

남자친구는 이 문자를 보고 왜 니가 대답을 하느냐며 추궁을 하며 폭행을 이어가갔습니다. 할 말이 없던 여자는 ‘휴대전화를 보다가 문자가 온 걸 봐서 답을 했다’라는 취지로 답을 하는데 그게 또 빌미가 됩니다.

남자친구: (휴대전화를) 봐가지고 뭐?

여자친구: 미안해.

남자친구: 봐가지고 뭐? 봐가지고 ‘친목질’을 했으니까 ‘친목질’이 아니에요? (‘퍽!’ 발로차는 소리)

남자친구: 봐가지고 한 친목질은 친목질이 아니야?

여자친구: (고통스러운 신음) 아...

● 도망치다 붙잡힌 여성…도와주는 이도 없어

수 시간에 걸쳐 이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던 여성은 중간에 틈을 타서 문을 힘차게 열고 도망을 갑니다. 아파트 복도로 뛰쳐나가 “살려주세요! 구해주세요!”를 외치고 비명을 지르며 사방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뒤따라 나온 남성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다시 끌려 들어오는데, 이 절박했던 순간도 모두 녹취가 됐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여성이 사는 집 복도에는 모두 4가구가 들어서 있는데, 누구 한 명이라도 신고를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것입니다.

결국 다시 끌려들어온 여성은 또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데, 이 때 흥분한 여성의 닥스훈트 애완견이 남자의 발을 뭅니다. 남자는 강아지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강아지는 무척 괴로워합니다.

이 때 여자가 ‘개 죽이지마’라고 비명을 지르며 매달려 비는데, 다행이 강아지가 죽지는 않았지만 목 졸림으로 피가 얼굴로 쏠리면서 눈의 혈관이 모두 터져버려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남성의 잔학성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남성에게 목 졸림을 당한 뒤 터져버린 눈 혈관

       

● “니 그 쓰레기 같은 인생도 중요해?” 인격 말살의 망발

남성은 이런 폭행과 함께 인격을 짓밟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 살고싶어? 니 그 허접한 쓰레기같은 인생도 중요해? 아까워? 응? 근데 사람을 니가 뭔데? (‘퍽!’ 발로차는 소리)

남자친구: 니가 뭔데? 대답 안해?

여자친구: (작은 목소리로) 아무것도 아니야.

남자는 여성의 집안까지 들먹입니다.

남자친구: 네가 뭔데? 너만 성깔 있어? 너만 성깔있냐고? 네가 뭔데 이 XXX야? X도 없잖아? 집도 쥐뿔도 없고 쓰레기장 아니야. 근데? 너 뭔데, 이 XXXX야!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어머님 욕까지 해댑니다.

남자친구: 내가 너네 엄마 욕을 했으면 이 XXXX야 뭐? 했으면? 쓰레기 좀 욕하는데 뭐 XX, 뭐 어쩌라고 XXX야. 니가 왜 그런 거 같냐? 니가 지금 왜 그런 거 같아? 똑같은 거 너도 알잖아? 너네 엄마 너랑 똑같은 거 알잖아. (‘짝!’ 뺨 때리는 소리)

남자친구: 네가 알거 아니야. 뭐? ‘엄마 욕했지?’ (폭행 계속)

여성은 이 날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폭행 중간 중간 섬뜩한 말투로 살해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합니다.

남자친구: 지금까지 진짜 수천 번을 죽여버리고 싶은 거를, 이런 XXX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한거를 참고 참고 참느라 진짜.. 하아.. 미쳐버릴거 같았는데! 죽여버릴수 있으니까 진짜 속이 편하다.

● 경찰 출동으로 막내린 폭행…‘내가 피해자다’ 적반하장 주장까지

동이 틀 무렵 남성은 이렇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다 지쳐 잠이 들었고, 여성은 방에 몰래 들어가 경찰에 신고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남자친구가 들이닥쳐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다시 폭행은 이어졌는데, 다행이 경찰이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집의 위치를 추적해 찾아들어가면서 아침 8시 반이 돼서야 폭행이 끝납니다.

무려 4시간 반에 걸친 지옥같은 시간이었는데, 남성은 들이닥친 경찰에거 적반하장식 주장을 시작합니다. 여자가 다친 게 아니라 자기가 다쳤다며, 여자가 쇼를 하는거라고 주장을 한 겁니다.

● 피해 여성 ‘쌍방폭행’으로 맞고소…녹취 없었더라면

남자의 적반하장은 말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혀 검찰로 송치가 되자 남성은 자신도 여자에게 쌍방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를 했습니다. 폭행 당시 여자의 이를 뽑겠다며 입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여자가 깨물면서 상처가 났고, 도망가는 여자를 붙잡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손상됐다는 건데, 이걸 폭행당했다고 한 겁니다.

물론 고소 즉시 여성은 ‘정당방위’로 인정이 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도가 SBS 8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난 뒤 들끓는 여론 속에, ‘여성도 쌍방폭행을 했으며, 그로 인해 처벌까지 받았다’라는 거짓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는데, 저희 취재진이 4시간 반에 걸친 폭행 전 과정 녹취를 모두 들어봤지만 단 한 순간도 피해 여성은 저항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이 녹취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억울한 일마저 발생을 할 뻔 한 것입니다.

앞서 녹취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고, 저희가 고심 끝에 방송에서 녹취 일부를 공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여자를 비난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

문제는 이런 무자비한 폭행 다음에 벌어진 일 들입니다. 하루 온종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너무 두렵고 괴로워 학교 측에 남성을 처벌해 주든지, 반을 분리해 주든지, 어찌됐든 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을 왜 학교에 와서 따지느냐”는 핀잔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시험을 치고, 심지어 실습에선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야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여자는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두려움에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기를 반복했고, 우울증 증세와 불면증 증세가 심해져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피해자 스스로 휴학을 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의학전문대학원 내에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겁니다. 피해 여성은 ‘가해 남성이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여자가 때리게끔 유도를 해 어쩔 수 없었다, 폭행 내용 역시 거짓말이다’라고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문이 여성을 더욱 못 견디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휴학을 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에게 합의 조건으로 ‘휴학’을 내걸었습니다. 돈도 다 필요 없고, 남자 측이 휴학을 한다면 합의를 해주겠다는 거 였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 피해자가 또 있었다. 가해 남성의 또 다른 폭행 사건

이렇게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중, 남자는 또 한 차례의 폭행 사건을 저지릅니다. 초여름인 지난 6월, 클럽에 들렀던 남성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폭행했습니다.

여자가 ‘의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거였는데, 사실 이는 순전히 가해 남성의 착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요하게 사과를 요구했고, 20대 여성은 남성을 피해 경찰에 신고전화를 하려했습니다. 이 때 남자가 여자를 낚아 채 바닥에 넘어트리고 휴대전화를 빼앗어 바닥에 집어던져 부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결국 가해 남성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4시간 반 동안 폭행한 혐의와, 클럽에서 만난 전혀 모르는 남남의 20대 여성을 폭행한 두 건의 폭행 혐의로 기소가 됐습니다. 검찰은 이 두건을 묶어 징역 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 2건의 폭행건에도 불구, 법원 “의학전문대생이기 때문에 제적당할까봐 벌금형”

지난 10월 지리했던 1심 재판이 끝나고 선고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선뜻 일반인의 상식선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집행유예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1천2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겁니다. 양형 이유는 이랬습니다.

“피고인이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음.” 그러니까, 남자가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행유예도 아닌 벌금형을 선고한다는 건데, 법원의 판단대로 남성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피해다니느라 수업을 모조리 조정하는 등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요. 이런 내용이 보도되면서 현재 재판을 진행한 광주지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지난 11월28일 SBS 8뉴스에서 해당 내용이 보도 될 당시, 화면에 이 판결문 일부가 비춰졌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일부 시청자 분들이 여자친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오해를 하셔서 바로 잡습니다.

판결문에 나온 처벌을 원치 않았던 피해자는 4시간 반동안 폭행을 당한 여자친구 이 씨가 아닌, 앞서 설명 드린 클럽 옆자리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한 20대 여성입니다. 여자친구는 단 한번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으며, 남성이 휴학하기를 거부해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 “연인끼리 일을 왜 학교에 얘기하나” 가해자-피해자 분리 거부한 학교

문제는 학교 측에도 있습니다. 여성이 여러 차례 교수 면담도 하고, 학교측에 요청도 한 사안, 바로 남성과 분리시켜달라고 한 그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학교 측은 ‘3심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남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제 1심이 끝났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3학년입니다. 3심 재판까지 끝나고 나면 이 둘은 졸업을 합니다. 졸업을 하면 남성은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피해 여성은 취재진에게 ‘의사란 높은 도덕성과 훌륭한 인성이 요구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인데, 이처럼 폭행을 일삼는 사람이 아무 문제 없이 의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학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오늘(11월30일) 남자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이뤄질 수 있을지, 피해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 됩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남성은 벌금이 너무 많다고, 검찰 측은 형량이 너무 낮다고 모두 항소를 한 상탭니다. 이제 곧 2심 재판이 열릴 텐데, 이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약자인 피해자가 더 지탄받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이번 사건을 보며 씁쓸했던 것은, 이 녹취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겁니다. 심지어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여자도 남자를 폭행했다’며 허위 사실이 돌아다녔을 정도니, 언론에 나가기 전 피해 여성이 얼마나 힘든 학교생활을 했을지 짐작을 하고도 남습니다.

피해 여성이 큰 결심을 하고 언론에 제보를 한 이유도 피해자인 자신이 이런저런 루머 때문에 피해다니고, 숨어다니고, 심지어 학교까지 그만 두어야 될 것 같은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사회부 기자생활을 하며 수도 없이 봐왔던 부조리는 강자와 약자 사이 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늘 2차, 3차 피해를 보는 것은 약한 피해자 측이라는 겁니다.

‘맞을만 한 짓을 했겠지’, ‘뭔가 사정이 있겠지’라는 무책임한 주변 반응에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가해자는 개선장군 행세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겁니다. 이게 데이트 폭력의 문제가 되면 그 경향은 더욱 강해지는데, 다름아닌 ‘연인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인식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사회 지도층이 될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PS: SBS보도 이후, 일부 언론사는 이번 사건을 '2시간 폭행'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판결문에 "2시간 동안 폭행했다"라고 돼 있기 때문인데, 판결문의 사실관계가 잘못 기재된 것입니다.

판결문에는 남성이 새벽 3시 10분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폭행을 했다고 기재 돼있지만, 이는 검찰 측의 실수로 잘못 기입이 된 것이며, 실제 녹취를 들어보면 가해자가 여자 집에 들어온 3시 10분부터 경찰이 출동한 8시 무렵 까지, 4시간 반에 걸쳐 폭행을 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 돼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재 검찰 측에서도 인지를 해 수정을 한 상태입니다.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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