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어 애 안 낳나요.. 불안한 삶 때문이죠"

남보라 입력 2015. 12. 12. 04:46 수정 2015. 12. 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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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출산 대책에 반응 싸늘

“고용 불안한 비정규직이 어떻게…”

“일하면서 애 키울 수가 없는데…”

일자리 질 악화시킬 우려 큰데

노동개혁 전제 고용 창출에 의문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키워보니 둘째는 절대 낳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경기 안양시에서 3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이지윤(31ㆍ가명)씨는 지난 달 아이 양육에 50만원을 썼다. 이씨는 고정 비용(월 30만원)인 아이 분유와 기저귀 값에 아기 담요, 옷, 젖병 세정제 등 필수적인 육아용품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산 아파트 대출금도 80만원씩 갚고 있다. 콜센터 상담사로 일했던 이씨는 복직시 회사에 자리가 없으면 정원이 날 때까지 무급으로 대기하기로 하고 육아휴직을 쓴 상태. 이씨는 “집이 있지만 앞으로 20년간 대출금 갚는 게 막막하고, 복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아이가 커 갈수록 양육비도 계속 불어날 것을 생각하면 둘째는 도저히 낳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10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주택 공급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했지만, 젊은 부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지만 구체성이 없고, 출산을 꺼리는 주요 원인인 양육 부담을 줄이려는 획기적인 해결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보도한 주요 인터넷 기사에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aun**)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노동개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후 고용보장도 없이 2년 연장 후 거리로 내 몰릴 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결혼하고 애 낳아 교육시키겠느냐”고 꼬집었다. 일자리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핵심 대책임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워킹맘들도 가세했다. 한 네티즌(ghf**)은 “매일 회사가 밤 10시 넘어서 끝나니 애기를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운다. 첫째는 멋모르고 낳았지만 현실을 알게 된 이상 둘째 계획은 없다”며 “(정부가)돈을 안 줘도 되니, 근무시간 제한 등 일하면서 애 키울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맥과**)은 저출산 근본 원인을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없고 불안해서다”라며 “짐승도 주위환경이 불안하면 번식을 안 한다”며 주택 공급 중심의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전체 고용 대비 공공부문 고용은 평균 21.3%인데 우리는 3분의 1(7.6%)밖에 안 된다”며 “사회서비스 등 복지 관련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복지도 확대될 것”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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