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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행진' 갑자기 막은 경찰, '윗선 방침' 때문?

입력 2015. 12. 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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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전 신고 따라 진행되던 행진, 경찰에 저지돼
‘3차총궐기 앞두고 집회 자유 위축’ 비판 제기
“경찰에 의한 행진 중단…행정소송도 검토 중”

경찰이 사전 신고 내용에 따라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행진을 가로막아 다음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과 3차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노동개악 저지·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한상균 무죄 석방 시민대회’에 참여한 250명(경찰 추산 200명)은 본 집회를 끝내고 오후 4시께 농민 백남기(68)씨가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까지 행진을 시작했지만, 청계천 광교 앞에서 경찰에 저지됐다. 경찰이 집회 직전 주최 쪽에 전달한 조건부 제한 통고를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백남기대책위는 집회 이틀 전인 10일 오후 경찰에 500명의 인원이 오후 3시부터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대병원까지 행진 방향의 하위 1차로로 행진하겠다는 옥외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경찰은 신고된 집회 시작 시간이 이미 지난 12일 오후 3시10분께 “참가자가 300명 미만일 경우 차도를 이용한 행진을 금지하겠다. 인도를 이용할 경우 행진을 허용하겠다”는 조건부 제한 통고를 했다.

주최 쪽은 “이미 방송차량 등 차도 행진에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했는데, 집회 시작 시간이 지나서 보낸 제한 통고를 근거로 행진을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1차로를 이용해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청계천 광교 앞에서 폴리스라인으로 막았다. 이에 시위대가 항의하자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현재 집회 참가자들이 조건부 통고를 위반하고, 방송 차량을 앞세워 차도로 행진하려는 것은 불법행위다. 차도 진입시 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해산 경고를 했다. 시위대는 결국 행진을 중단하고, 각자 흩어져 서울대병원 앞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주최 쪽은 “관례적으로 경찰은 소규모 집회에 조건부 제한 통고를 해왔지만 참가자 수가 명백히 적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고한 대로 차로를 이용해 행진을 해왔다. 방송차까지 준비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행진을 막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바람개비 행진’의 경우에도 경찰은 같은 내용의 조건부 제한 통고를 했지만 차로 행진을 막지 않았다고 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는 “참가자의 인원수가 행진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이미 시작된 극히 평화적인 행진을 물리적으로 막은 것도 이례적이다. 경찰의 조처는 명백한 집해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시각을 이미 넘긴 시점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제한 통고를 예측하지 못했고, 사람이 많은 토요일 오후에 더 복잡한 인도로 행진하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교통 불편’이라는 제한 근거와도 맞지 않는다. 사실상 경찰이 행진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석환 백남기대책위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경찰청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관례를 깨고 왜 갑자기 평화적인 행진을 막냐’고 항의했더니 ‘위에서 방침이 그렇게 내려와서 어쩔 수 없다. 한상균 영장실질심사도 있고 상황이 그러니 양해해 달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은 “행진이 경찰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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