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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폭력' 공론화 20년..피해자는 여전히 신고가 두렵다

입력 2015. 12.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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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지난 9월 제주지방법원은 이혼을 요구한 40대 아내 A씨의 얼굴 부근을 폭행하고 테이프로 묶어 감금한 남편 B(47)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B씨는 아내가 비명을 지르자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가게 출입문을 잠근 채 장시간 감금하는 등 잔혹성을 보여 주위 사람들을 경악케 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부폭력’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법적인 도움을 받는 피해자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지난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다. 최근에는 긴급 임시 조치권, 가정폭력 삼진아웃제 등의 규정이 신설되면서 경찰의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폭력이 범죄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하더라도 상해를 입은 아내가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이젠 괜찮아요. 화해했습니다’라는 식의 말을 하면 더이상 개입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각종 통계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3년 단위로 시행하는 ‘전국단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65세 미만 부부의 1년간 폭력발생률은 45.5%로 나타났다. 기혼부부 두 쌍 중 적어도 한 쌍은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등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부부폭력의 평균 지속기간은 11년 2개월이었고, 이들 피해자 중 절반(48.2%)은 10년 이상 부부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반면 부부폭력에 대한 신고는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여가부 실태조사에서 가정폭력 신고율은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8.3%과 1.8%에 머물렀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서도 2010년 47건에 불과했던 가정폭력 피해자 신고 건수는 2013년(198건)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불과 1년만에 절반 수준인 99건으로 급감했다. 가정폭력 사건 피해자 중 약 80%가 20~60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 곳곳에 부부폭력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태경 가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난해 부부폭력 피해여성 222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한 결과 피해자가 타박상ㆍ골절 등의 외적인 피해를 입거나 가해자가 흉기를 사용하는 등 폭력의 심각성이 더해질수록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꿔 말하면 다수의 피해자들은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심각한 외상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반복적으로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부부폭력은 가정 내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거나 제3자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등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공유돼 온 것이 적극적인 신고나 상담을 가로막는 원인”이라며 “부부간 발생하는 경미한 폭력 또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전 사회적인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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