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황당 기사, 길이 기억될 올해의 오보

정철운 기자 입력 2015. 12.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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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오보도 다시 보자, 2015년 오보 TOP 7… 12년 전 사진 두고 ‘세월호 폭력집회’ 비난했던 채널A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오보는 늘 언론과 함께한다. 2014년에 이어 2015년 오보도 참혹했다. 기자는 기레기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속보경쟁과 무차별적 받아쓰기도 반복됐다. 사심 가득한 오보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2015년 주요 오보 7건을 추렸다. 오보를 기억해야 언론이 바로 선다. <편집자 주> 

1. 하버드·스탠퍼드 동시합격 천재소녀에 놀아난 언론

6월2일 미주중앙일보 워싱턴DC에서 송고한 “미 최고대학들이 주목한 한인 천재소녀…TJ 김OO양, 하버드·스탠퍼드 두 곳서 동시 입학 특별 제안” 기사가 한국 언론에 던진 파장은 컸다. 미주중앙일보는 “하버드와 스탠퍼드는 합의하에 김 양으로 하여금 스스로 졸업할 대학을 결정토록하기 위해 스탠퍼드에서 1~2년, 하버드에서 2~3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 언론은 춤을 췄다. 

 
 
▲ "'저커버크'도 탐낸 한인 수학천재"란 제목의 JTBC 보도화면 갈무리.
 
 
 
▲ '천재소녀 하버드·스탠퍼드 동시합격' 관련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김 양은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아마 하버드 졸업장을 받을 것 같다”며 합격 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JTBC도 김 양의 합격소식을 ‘미담’으로 소개했다. 당사자 본인의 인터뷰까지 나온 마당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김 양의 기사에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양의 합격 사실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널A는 김 양 가족과 인터뷰를 통해 “하버드 입학은 보통 애들하고 정식절차가 달랐다. 하버드와 스탠퍼드가 합의를 해서 연락을 해왔다”고 전하며 “질투 때문에 생기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하버드대 공보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김 양이 갖고 있는 하버드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스탠퍼드대 또한 “김양 측이 공개한 스탠퍼드 합격증은 위조됐다”고 밝혔다. 오보가 등장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미주중앙일보는 “가족이 제시한 합격증서와 해당 대학교수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의심 없이 수용해 기사작성을 했다”며 “지금도 허위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머리를 숙였다.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에는 “한국미디어의 팩트체킹 능력은 최악”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김 양을 치켜세웠던 언론의 ‘반성’은 너무 짧았다. 

2. ‘야마’가 집어삼킨 칼럼, 팩트는 무시했다  

 
 
▲ "괴담시장 이재명"이란 제목의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8월25일자 ‘횡설수설’ 칼럼 제목은 “‘괴담시장’ 이재명”이었다. 제목부터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이재명 시장이 최근 ‘북에서 먼저 포격? 연천군 주민들은 왜 못 들었을까’라는 제목으로 쓴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링크해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이 정말 먼저 포탄을 쏜 것인지 의심하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적은 뒤 “이 기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치로 현재 차단돼 있다”고 적었다. 괴담을 재생산한 미디어오늘 기사가 차단됐는데, 괴담시장이 이를 퍼 날랐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기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치로 차단 된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신문기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치로 차단 될 수 없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무시된 칼럼이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이 나간 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재명 시장의 트위터 링크를 찾아 들어가 봤더니 기사가 안 보였다. 다른 조치가 있었다고 해서 기사가 차단됐는가보다 생각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지난해 5월 ‘KBS는 과연 필요한가’란 제목의 칼럼에서도 오보가 드러나 KBS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칼럼을 통한 오보는 쓰고자 하는 주제, 속칭 ‘야마’에 몰두한 결과 종종 어떤 참사가 빚어지는지를 드러낸다. 야마보다 중요한 건 팩트 체크다. 수십 년 차 기자경력의 간부들이 모를 리 없다. 11월28일 한현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은 ‘간장 두 종지’란 제목의 칼럼에서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에 조선일보 인근 중국집에 가지 않겠다고 적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해당 중국집은 한 부장의 요구대로 간장 종지를 갖다 주고 사과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 KBS 이승만 일본망명요청 보도, ‘굴욕적 오보’ 논란 

 
 
▲ 이승만 日망명정부 요청 보도 관련 이승만기념사업회 반론을 전하는 KBS보도 화면 갈무리.
 

KBS ‘뉴스9’는 6월24일, 55년 전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 이틀 후(6월27일) 일본 정부에 6만 명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보도 이후였다. KBS는 이승만을 지지하는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을 받으며 7월3일 반론보도를 낸 뒤 해당 리포트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반론보도에선 6월 27일이라는 근거가 없고 이승만 정부가 난민 수용을 요청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이승만기념사업회 측 반박을 그대로 내보냈다.

7월8일에는 이인호 KBS이사장이 “KBS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보도의 정확성 제고 방안에 관한 보고’를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보도개입 논란이 일었다. 보도 이후 KBS는 관련 보도책임자를 교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8월27일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소개했다”며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를 의결했다. 보도 이후 두 달 만에 KBS 리포트는 오보로 속전속결 처리됐다. 

내부에선 굴욕적인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KBS기자 다수가 속해있는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일본 외무성이 야마구치현 지사에게 한국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했다고 한 날인 1950년 6월27일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반론보도는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한 당초 보도가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처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며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욕적 반론 보도가 나갔다”고 주장했다. 자사의 오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언론의 속성에 비춰봤을 때 KBS의 적극적인 ‘반성’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4. 채널A, 12년 전 농민시위 사진을 ‘세월호 폭력집회’ 사진으로

 
 
▲ 12년 전 농민시위 사진을 세월호 집회사진으로 소개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방송화면 갈무리.
 

채널A는 2003년 농민시위 사진과 2008년 광우병시위 사진을 2015년 세월호 참사 시위 폭력 사진으로 둔갑시켰다가 결국 프로그램 폐지를 겪어야 했다. 채널A는 5월6일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에서 ‘단독입수’ 자막을 내보내고 세월호 추모집회 관련 시위대의 경찰폭행 사진을 공개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채널A는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에게 전경이 폭행당한 장면을 찍은 조선일보 사진을 ‘세월호 시위대의 경찰 폭행사진’으로 내보냈고, 2003년 한국‧칠레 FTA 국회비준을 앞두고 열린 농민집회에서 오마이뉴스가 찍은 경찰과 시위대의 몸싸움 장면을 세월호 시위대의 폭행사진으로 보도했다. 

명백한 왜곡이었다. 출연자들은 사진을 놓고 “폭력이 난무한 세월호 시위를 합리화 할 수 있나?”라는 주제로 토론을 이어갔다. ‘김부장의 뉴스통’ 진행자인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2013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던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 진행자였다. 오보는 반복됐다. 일부에선 채널A의 집회보도 프레임 탓에 세월호 폭력집회 사진이 아닌 것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내보낸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채널A는 미디어오늘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5월7일 공식 사과했다. 채널A 기자 61명은 성명을 내고 “시청률이 뉴스의 질을 대변하게 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상식 이하의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방송을 하는 기자·피디·작가 누구 하나 팩트를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똑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처절한 내부 반성과 함께 대책을 회사 측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그러나 채널A는 여전히 ‘단독’을 남발하며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이어가 각종 심의제재와 시민사회 비판을 받고 있다. 

5. 살아있던 메르스 35번 환자 ‘뇌사’, ‘사망’ 보도한 한국일보·YTN

 
 
▲ 메르스35번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한 YTN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5번 환자 박아무개(38)씨가 퇴원했다. 그에겐 언론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았던 끔찍한 경험이 있다. YTN은 6월11일 오후 8시32분 경 메르스 감염 35번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YTN은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늘 오후부터 뇌 활동이 사실상 정지해 있다 오늘 저녁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어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오늘은 혈액순환을 강제로 해주는 장치인 에크모를 착용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보건복지부 반박 발표가 나가자 보도 20분 만에 오보를 인정했다.

박씨는 뇌사판정을 받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6월11일 오후 6시33분 “[단독]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같은 날 11시14분에는 “삼성서울병원의사 뇌 손상 위중”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일보는 “뇌사라는 표현으로 가족과 독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한국일보와 YTN 보도를 두고 “현재 호흡곤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님을 주치의를 통해 확인했다”며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환자 가족을 포함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메르스와 관련된 부정확한 보도는 메르스 사태 내내 계속됐다. 언론은 메르스 사태 당시 검증되지 않은 치사율을 무분별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6. 팽목항 세월호 추모 리본은 철거됐다? 

 
 
▲ 진도 팽목항에 걸려있는 세월호 추모 리본. ⓒ노컷뉴스
 

7월24일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세월호 유가족 팽목항 추모 리본·현수막 철거”였다. 기사에 따르면 세월호 진도군대책위 관계자는 “팽목항 주민들의 철거 요구 민원과 관련해 유가족, 실종자 가족과 협의해 추모 리본 등을 함께 철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관련기사 수십 건이 쏟아졌다. 그러나 3일 뒤 오마이뉴스는 팽목항 인근 주민 김남용씨와 인터뷰를 통해 “태풍으로 훼손된 리본과 현수막을 교체하는 작업이었다”며 “철거가 아니라 교체”라고 주장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주민들이 팽목항 주변에 설치된 세월호 유가족 분향소와 추모 리본을 철거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군에서 이를 받아들인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도군 또한 리본과 현수막을 두고 강체철거 통보를 한 적도 없고 강제로 철거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4·16가족협의회는 오보를 주장하며 “언론이 나서서 시민 대 시민의 갈등구조를 여론화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오보는 정정되지 않았다. 

7. 조중동의 속 보이는 ‘광고총량제’ 오보 

 
 
▲ 조선, 중앙, 동아일보.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면 오보는 돋보인다. 조선·중앙·동아·세계일보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두고 신문과 방송이 대립하던 지난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보고서를 인용하며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광고주의 81.7%가 신문, 유료방송 등 타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81.7%란 수치는 사실과 달랐다. 원문에 따르면 광고총량제 실시로 지상파 광고에 증액 의사가 있다고 밝힌 19%의 광고주 가운데 81.7%, 즉 응답자의 15.5%가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15.5%와 81.7%의 차이는 적지 않다.

한국방송협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신문사들은 오보를 인정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신문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할 것이란 보도는 주요 면에 배치한 반면, ‘바로잡습니다’ 지면은 찾기도 어려웠다.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신문과 종합편성채널 광고수주에 악영향을 우려해 조중동을 비롯한 신문사들이 자사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편향보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국신문협회 소속 19개 지역 신문사도 조중동을 따라 KISDI 보고서를 왜곡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연간 1000억~2800억 원의 신문광고비가 지상파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마치 지상파 광고 증가에 따른 모든 피해를 전부 신문이 입을 것이라 전제했기 때문이다. 방송협회는 “지상파 광고비 증액 의사가 있는 광고주들은 증액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광고비 조정 의사가 있는 매체로 종편 29%, 유료방송 33%, 인쇄매체 9%, 인터넷모바일 11%등을 꼽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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