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군고구마가 더 맛있는 이유

기자 2016. 1. 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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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이 되면 골목에서 군고구마 장수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퇴근길에 아버지는 종이봉투에 군고구마를 담아 품에 안고 집으로 오시곤 하였다. 아버지가 가져오신 군고구마의 향기와 맛은 집에서 찐 고구마와는 많이 달랐다. 훨씬 더 구수하고 달콤했다.

왜 군고구마가 더 맛있을까. 비밀은 고구마를 익히는 방법에 있다. 일단 고구마를 굽는 방법을 유심히 살펴보자. 고구마처럼 큰 전분질 식품은 속까지 높은 온도로 급하게 구워내면 속은 익지 않은 채 겉면만 타 버리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구마를 구울 때 자연스럽게 뜨거워진 돌이나 재 속에 오랫동안 묻어 두어 익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굽는 동안 고구마 속과 겉의 온도 차이를 줄이려고 천천히 가열한 것이다. 이렇게 낮은 온도로 오랜 시간 익히는 동안 고구마 내부에서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고구마의 주성분은 탄수화물로 대부분이 전분이고 소량의 포도당, 자당, 과당 등을 함유하고 있다. 전분은 포도당 분자가 수백∼수천 개 연결된 구조를 하고 있으며, 단맛이 없다. 그런데 고구마가 구워지는 과정에서 고구마 속에 있는 베타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단맛이 안 나는 전분을 맥아당으로 분해한다. 맥아당은 엿당이라고도 하며, 포도당 분자 두 개가 결합된 형태로 식혜와 물엿의 주요 단맛 성분이다.

이 베타아밀라아제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55∼65도로, 재 안에서 천천히 익는 동안 베타아밀라아제가 충분히 작용하여 단맛이 나는 맥아당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75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익히면 이 효소가 기능을 잃게 된다. 따라서 부뚜막 아궁이나 드럼통에서 천천히 가열된 고구마가 펄펄 끓는 물에 쪄내거나 전자레인지로 빨리 익힌 고구마보다 더 달다.또 이렇게 많아진 당류는 구워지는 동안 고구마 내의 아미노산 등과 반응하여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 그리고 노릇노릇한 색을 만든다. 집에서 오븐이나 직화냄비로 고구마를 굽는다면 꼭 중간불로 천천히 굽도록 하자. 그러면 기다림이 주는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경은(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이 연재됩니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초빙강의교수로 각각 활동 중이며 원고는 매주 교대로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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