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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남경필 경기지사 '돈통'사건의 전말은?

경태영 기자 입력 2016. 01. 07. 11:21 수정 2016. 01. 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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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한 때 불편한 관계였다. 민선 5기시절 서울대 써클(동아리) 선후배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무상급식’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7월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광교산에서 보리밥을 함께 먹으며 ‘협력’을 다짐했다. 이후 지금까지 1년6개월여동안 여러 사업들을 함께 하면서 함께 다정한 사진도 찍는 등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조금씩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 사업이고 예산이기 때문에 그동안 남 지사는 상대 기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관망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7일 누리과정 예산으로 미뤄지는 올해 경기도 예산안 및 경기도교육청 예산안 협의를 위해 경기도의회 김현삼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승철 새누리당 대표가 만나는 자리에 남 지사가 합석을 요구하며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보육대란 현실화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처럼 대책 없이 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폭탄을 서로 돌리는 모양새”라면서 “도의회에서 양당대표가 머리를 잘 맞대고 이 문제가 실제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능하면 세워져 있는 교육청 유치원 분을 가지고 6개월 치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정해서 일단 대란을 막자. 그리고 나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전국이 경기도를 쳐다보고 있다.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관망 자세에서 벗어나 도민에의 책임을 내세우며 상대기관의 예산에 대해 개입하기 시작했다.

남 지사가 개입하면서 도의회 여·야 대표 협상은 결렬됐고, 12월 30일과 31일 여·야 도의원들은 도의회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와 몸싸움 끝에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남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느닷없이 ‘돈통’ 얘기를 꺼냈다.

남 지사는 12월 29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을 잇달아 만나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입장과 교육청 주장이 서로 다르다. 정부는 충분한 재원을 보냈다고 하고 교육청에선 돈 없다고 상반된 얘기를 한다. 이 상반된 주장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토론해야 한다”며 “교육청별로 각 재정 상황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놓고 토론하고 그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두 부총리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의였고, 상황의 변화였다.

그러나 ‘오비이락’인지 몰라도 당시 경기도 예산담당관실은 경기도교육청의 ‘돈통’을 열어봤고, 돈통에 돈이 있는지 없는지를 분석해 봤다.

이 문건에는 도교육청이 5474억원의 세입이 더 늘수 있고, 세출은 2500억원을 줄일 수 있어 지방교육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4500억원 내외를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어린이집 예산 5459억원의 82%에 달한다.

문건을 해석하면 도교육청이 돈이 있는데도 일부러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될 수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도전출금은 목적이 지정된 경비로써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할 수 없고, 세출예산 사업지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며 반박했다. 이어 “상대 기관을 우롱하는 행위이고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가 경기도교육청의 ‘돈통’을 열어본 사실은 뒤늦게 지난 6일 드러났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민과 경기도 학생을 위해 힘을 합쳐할 시기에 발생한 경기도 공무원의 분별없고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협력해야 할 기관의 자치권을 훼손한 이러한 행태에 대해, 경기도는 진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점잖게 꾸짖었다.

이에 경기도는 7일 “지사가 예산담당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보고 받은 것은 사실이나 지사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 이전”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의 공개된 예산서를 담당자가 참고용으로 정리한 것으로 곤혹스럽다”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경기도교육청과의 ‘교육 연정’을 제안한 경기도가 엄연한 동격의 교육자치기관의 ‘돈통’을 열어보고, 감내라 밤내라 하는 것은 상대 기관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 싶다.

마침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경기도가 성남시 무상복지 3대 사업에 대한 재의 요구한 것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경필 경기지사 본인 손으로‘연정’ 깬 것 맞죠?”라고 올렸다.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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