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김치녀 vs '메갈리아' 한남충..'혐오'로 얼룩진 커뮤니티

윤준호 기자 2016. 1.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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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메갈리아'에서 상대를 향한 혐오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flickr

온라인이 남녀간 혐오로 얼룩지고 있다. 이성을 향한 혐오가 '극혐'(극한 혐오 줄임말)으로 치달으면서 소모적인 싸움만 늘어간다. 서로를 싸잡아 욕하는 혐오 양상은 결국 양성평등과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이성혐오를 주도하는 커뮤니티로는 '일간베스트'(일베)와 '메갈리아'가 대표적이다. 그중 일베는 여성 혐오(여혐)로,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남혐)로 가득하다. 상대를 폄하하고 헐뜯는 내용이 두 커뮤니티 내 게시물 대부분을 차지한다.

메갈리아는 '메르스'(MERS)와 '이갈리아'를 이름 따 만들어졌다. 이갈리아는 노르웨이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배경이 되는 곳으로, 책은 대표적인 여성학 입문서로 꼽힌다.

이름에서처럼 메갈리아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등장했다. 당시 일베에서는 확진자와 동승한 한국 여성이 홍콩에서 격리 치료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혐글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잠자코 있던 여성들이 들고 일어선 건 보도가 나가고 며칠뒤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이때부터 메갈리아는 '여혐혐'(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을 기치로 내걸고 일베에 맞서기 시작했다.

/ 사진=메갈리아 홈페이지

여혐혐은 일종의 '미러링'(Mirroring) 전략이다. 일베가 주도하는 여혐을 메갈리아는 반사된 거울처럼 똑같이 따라하며 되돌려준다. 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 '김치녀' 등 일베 용어에 '한남충'(한국 남자+벌레충) '삼초한'(남자는 3초마다 때려야 한다) 등으로 맞서는 식이다.

상대를 혐오하는 용어로 뒤덮인 두 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일베에서 여혐은 언어폭력을 넘어 범죄 수준에 이르렀고 여혐혐을 표방했던 메갈리아도 결국 남혐으로 귀결되고 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베와 메갈리아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김치남·김치녀 등 양측이 혐오하는 남성상과 여성상을 끊임없이 새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현실에선 얼마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계속해 생성하면서 갈등과 혐오 역시 깊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베와 메갈리아 두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일명 '용어사전'에는 이성을 혐오하는 개념어들이 넘쳐난다. 최근 들어선 단순히 조롱하거나 비꼬는 말을 넘어 음란성 용어 일색이다. 서로가 상대 이성을 성기에 빗대 폄하하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일베는 메갈리아 누리꾼들 신상을 파헤쳐 마녀사냥을 일삼고 메갈리아에선 남성을 뭉뚱그려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매도한다.

/ 사진=일간베스트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두 커뮤니티가 보이는 혐오 양상이 사회통합을 가로막는다고 꼬집는다. 일베가 주장하는 남성 우월성과 메갈리아가 목소리 높이는 여권신장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사회운동을 벗어난 기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여성운동은 단순히 여성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를 다루는 포용적이고 광범위한 움직임을 띄었고 남성들도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대의를 지향하는 거시적이고 총체적인 운동을 펼쳐왔다"며 "두 커뮤니티가 보이는 편협하고 치졸한 혐오 양상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젠더 전쟁과는 모습이 다른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노 교수도 "지금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키보드 배틀은 일종의 관념 전쟁일 뿐 현실에서 권리를 쟁취하고자 벌이는 투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걸 목적인 마냥 착각했다가는 사회통합과 양성평등은 물론 법률·정책 개선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준호 기자 hi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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