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랑 어땠어"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 처벌하려면?

윤나영 2016. 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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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직장 3년차인 황수경(28·여)씨는 최근 직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을 겪었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상사인 김 과장(39)은 황씨에게 여행과 관련한 사적인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김 과장은 황씨에게 "수경씨, 여행은 잘 다녀왔어? 살이 쏙 빠졌네. 남자친구랑 어떻게 했어? 말 좀 해봐."라며 대답을 다그쳤다. 황씨는 "직접 신체적인 접촉이 있거나 성적 비하발언을 듣지는 않았지만 마치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며 "매일 회사에서 그 사람을 봐야한다는 게 너무 싫다"고 털어놨다.

여성 직장인 두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직장생활 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직장인 7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4%가 '직장생활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황씨와 같이 '성작 사생활 질문이나 소문'에 의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24.9%였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정작 이에 대한 사후 대책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징계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직장내 성희롱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고용노동부에 성희롱 진정사건으로 접수된 총 854건 중 가해자에게 처분이 내려진 경우는 7.1%인 61건에 불과했다.

또 최근 5년 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에서 권고, 조정 등 처벌 받은 건수 역시 전체 1220건 가운데 8.2%인 101건에 그쳤다.

이는 성희롱 자체가 기준이 모호하고 언어로 이뤄지는 특성상 증거 제시가 힘든 탓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희롱은 형법에 별도로 처벌 조항이 없어 모욕,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형사 고발, 고소가 어렵다"며 "주로 성희롱은 말로 이뤄지기 때문에 민사소송까지 가더라도 피해자들이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따라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을 남기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가해자에게 받은 문자나 이메일 등은 반드시 남겨놔야 하고, 상황이 발생한 당시의 구체적인 내용(장소, 날짜 및 시간, 관련된 사람, 대화내용 등)을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사건 발생 후 가해자와의 대화를 녹취하거나 목격자가 있을 경우 증언을 확보해야 한다. 외상이나 정신적 상해에 대한 진료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희롱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경우 전화(국번 없이 1331번), 우편, 팩스,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되면 조사를 통해 성희롱 여부가 판단되고, 성희롱으로 판단될 경우 성희롱 행위자와 소속기관에 손해배상이나 인권교육 등을 권고하게 된다.

성희롱이 정도가 심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이 발생한 기관이나 기업에 가해자의 징계를 권고한다. 만약 성희롱 행위가 성폭력특별법이나 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할 경우 가해자를 형사 고소할 수 있다.

일반사업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는데 회사차원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성희롱 피해 사실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에는 지방노동행정기관(지방노동청 및 지방노동지청)에 진정 또는 고소할 수 있다.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성희롱 피해자는 사업주와 성희롱 행위자를 상대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과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성희롱의 판단기준이 되는 성적 언행이 제시돼 있다.

먼저 육체적 행위로는,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는 등 신체적 접촉 행위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다음 언어적 행위에는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전화통화 포함)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시각적 행위는 ▲음란한 사진 그림 낙서 출판물 등을 제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가 성희롱으로 인정되고, 그 밖에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모두가 성희롱에 해당된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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