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일베' 때문에 전전긍긍

장윤희 2016. 1.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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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표현 그대로 사용했다가 비난 자초
일부 게임 개발사 대표 비난 여론에 사퇴
KT 뮤직과 잡코리아도 부적절한 표현 사과
엄격한 서비스·상품 검사 기능 강화 필요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정보기술(IT)업계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명 일베)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베는 특정 정치인 폄하와 성차별 표현 등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언뜻 보기에 참신하고 재치있어 보이는 표현이어도 특정인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IT업계에는 일베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고 유행어에도 민감하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일베에서 사용된 표현을 그대로 쓰고, 검사 과정에서도 이를 놓치는 바람에 거센 여론의 역풍을 자초하기도 한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개발사 대표가 일베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유통한 이 게임은 게임 챕터 '4-19' '5-18' '5-23'에 각각 '반란 진압', '폭동', '산 자와 죽은 자'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부제는 일베에서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거센 비판과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표현이다.

벌키트리는 문제가 된 챕터명을 바로 수정했지만 담당자 징계와 재발 방지대책을 빠트려 더 큰 비난을 유발했다.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자 네시삼십삼분은 8일 장원상·소태환 공동 대표 명의로 이터널 클래시 공식카페와 네시삼십삼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네시삼십삼분은 "게임 검수와 관련된 책임자를 문책하고 최종 검수 책임자를 징계했다"며 "이터널 클래시에 대한 모든 광고 및 마케팅 홍보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으로 불쾌하고 상처받은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9일 벌키트리는 김세권 대표이사 명의로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란 제목의 2차 사과문을 올렸다.

김 대표는 "논란의 핵심이 된 부분을 작업한 기획 책임자는 중징계 조치했으며 이번 사안을 마무리하는 대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자의 업무만을 수행하려 한다"며 "1월에 발생한 벌키트리의 수익금 전액은 사회에 환원해 깊은 반성의 심정을 일부라도 표현하고자 한다"고 사과했다.

KT도 최근 일베 표현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23일 KT의 음원 서비스 자회사 KT뮤직 '지니'가 가을에 듣기 좋은 음원을 추천하는 문구에서 일베 이용자들의 은어를 쓴 것이다.

문제의 표현은 '오늘의 선곡: 이거슨 그냥 딱! 가을의 어쿠스틱, 이 여가수들 목소리가 중력을 가졌나, 왜일케 끌리노' 등이었다.

'이거슨' '끌리노' 등은 일베에서 경상도 출신 정치인을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KT뮤직 문의 게시판은 이용자들의 질타로 가득찼다.

결국 KT뮤직은 "오늘의 선곡 소개 내용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 아니다"며 "의도치 않게 오해와 논란을 빚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과 공지글을 올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일베에서 왜곡한 기업 로고를 채용 이미지로 올려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13일 잡코리아는 '네네치킨 ㈜혜인식품' 채용공고에 고 노무현 대통령 모습을 교묘히 합성한 기업 로고를 5시간 넘게 올려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잡코리아는 윤병준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윤 대표는 "고 노무현 대통령 유족과 네네치킨 임직원 여러분꼐 깊이 사과드린다"며 "문제되는 이미지는 9월 모바일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고해상도 기업 로고를 재수집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IT기업과 인터넷 마케팅 종사자는 늘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묻혀 살기 때문에 베에서 접한 표현을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사용하거나, 출처 이미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여과 기능이 떨어지면 큰 사달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상품 검수를 엄격히 하고, 애매한 변명은 더 큰 역풍을 초래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확실한 사과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g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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