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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시작.."집에서 키울 수밖에.."

입력 2016. 01. 12. 10:55 수정 2016. 01.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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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끝난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 등원 포기
운동학원으로 발길 돌리거나 엄마끼리 품앗이 보육

[헤럴드경제=박세환ㆍ배두헌 기자] 보육대란이 시작됐다. 누리과정(만3~5세 공통무상교육 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로 우려로만 다가왔던 보육대란이 겨울방학을 마친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현실화됐다. 형편이 어려운 일부 학부모들은 누리과정 중단 소식에 아예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산중단이 실제 일어나면 아이들의 등원 포기가 속출할 전망이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작년과 재작년 등 누리과정 문제로 어린이집 대규모 이탈을 경험했다”며 “올해도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등원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보육대란이 시작된 것이다. 품앗이 보육을 계획 중인 학부모도 보인다. 그래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다. 방학을 마치고 개원 이틀째인 서울 한 어린이집에서 잠시라도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가 엄마와 창문 너머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2일 서울ㆍ경기지역 어린이집ㆍ유치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도돌이표 논쟁을 벌이는 사이 일부 학부모들이 부담 증가를 우려해 자녀의 등원을 포기하고 있다.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A어린이집은 겨울방학(1월1~10일)이 끝난 11일 원아 수가 4명 줄었다. 지난해 12월초 이뤄진 사전 조사에선 올해도 어린이집을 다니겠다고 했지만, 4명의 원아가 등교하지 않은 것.

이 어린이집 원장은 “형제를 어린이집에 보내던 한 학부모가 형편이 녹록치 않다며 당분간 집에서 보육하겠다고 밝혀왔다. 나머지 두아이의 학부모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이라는 뉴스를 보고 형편이 어려운 집들을 중심으로 그만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가양동의 B어린이집도 올들어 아이 수가 2명 줄었다. B어린이집 원장은 “매년 반복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소식에 일부 학부모들이 가정보육 등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어린이집 원장은 “작년과 재작년 누리과정 지원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모두 44명의 원아가 줄어들었다”며 “누리과정 문제가 빠른 시간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집단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60여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는 서울 고척동의 C어린이집도 작년과 재작년 누리과정 지원 문제로 모두 30여명의 아이들이 그만뒀다. 어린이집 예산만 삭감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이 아이를 안보낸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지 원장들은 “올해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중단된 상황이라 어린이집 이탈이 작년이나 재작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상 지원이 중단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한참 원아모집에 나설 시기에 정부지원 중단 소식이 계속되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무상교육을 약속한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지원할 것이라고 학부모들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하기는 유치원도 마찬기지다. 경기도 일산의 D유치원은 ‘학부모 알림글’을 통해 “정부와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1월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가 중단되더라도 추가적인 돈은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단 일탈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E유치원에서도 올들어 원아수가 3명 줄었다. 이 유치원 원장은 “그만둔 원아의 엄마들이 발레학원과 품앗이 보육을 선택했다”며 “학원보내는 시간을 핑계로 두고 있지만 누리과정 지원중단이 등원 포기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파행이 지속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이문동의 F유치원에 아이를 들여보낸 엄마들 몇몇이 모여 누리과정 예산 파행으로 원비를 더 부담해야하는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 유치원에 딸을 보내는 최모(30ㆍ여)씨는 “언론에서 매일같이 떠드는데 도대체 지원을 해준다는건지 안 해준다는건지 알 수가 없다”며 “지원금이 정말로 끊긴다면 월 20만원이 넘는 추가 원비를 갑자기 부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부모 박모(32ㆍ여)씨도 “엄마들 사이에서는 ‘곧 선거철이라 정치권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면서도 “올해도 이러다가 어떻게든 막판에 해결되겠지만 대통령이 약속해놓은 무상교육이 매년 문제로 반복되는게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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