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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속초 식당서 '집단 사과'한 서울시 공무원들

김판 기자 입력 2016. 01. 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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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성희롱".. 발언자 색출 못해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시인재개발원 교육 담당자 2명은 갓 임용된 서울시 8·9급 신입 공무원 39명을 데리고 강원도 속초의 한 식당에 찾아가 사과를 했다. 11월 23일∼12월 11일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신임 리더’ 과정 교육을 받던 이들은 속초로 합숙교육(MT)을 떠났다. 그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누군가 여종업원의 신체 특징을 거론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식당 측은 인재개발원에 항의전화를 했고, 인재개발원은 성희롱 발언자를 색출하려 했지만 끝내 밝혀지지 않자 남자 교육생 39명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 것이다. 교육 담당자가 식당 측에 사과를 했고, 여종업원에게 이 중에 발언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달라고 했다. 신임 리더 과정은 서울시의 시정철학을 공유하고 공직자로서 기본가치관을 형성하는 교육이다. 서울시인재개발원은 서울시와 25개 구의 공무원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논란’의 재구성

신입 공무원 교육생들의 속초 MT는 11월 24일부터 3박4일간이었다. 인재개발원은 이들이 이용하도록 인근 대형식당에 총 140석 중 100석을 예약했다. 160여명 교육생들은 80명씩 두 조로 나뉘어 교육과정 담당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일반 시민도 나머지 40석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일부는 교육생 신분임을 알 수 있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

같은 달 26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교육을 하고 있을 때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줄을 서서 조리된 음식을 받아가는 구조였는데, 칸막이 안에서 음식을 조리하던 여종업원이 몹시 불쾌해하고 있다는 거였다. 식당 측이 전달한 여종업원의 항의는 “줄서 있던 남자들이 내 신체 부위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다. 음식 받아가는 줄이 길어지자 일부가 내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불평했는데, 그 얘기가 칸막이 건너 나한테까지 들렸다”는 내용이었다.

인재개발원은 오후 교육을 중단했다. 교육 담당자들이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교육생들에게 물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해당자가 자진해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누군지 찾아낼 수 있도록 교육생끼리 얘기할 시간을 줬다. 하지만 30여분 자체 토의가 끝나도록 ‘그런 말을 했다’는 교육생은 없었다.

이에 인재개발원은 문제가 된 시간에 식당을 이용한 교육생 80여명 가운데 남자 교육생 39명을 버스에 태워 식당으로 데려갔다. 일단 사과를 하고 발언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교육 담당자 2명이 식당 관리자와 여종업원에게 사과하며 “이 교육생들 중에서 말한 사람을 직접 찾아내도 좋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여종업원이 “이제 괜찮다”며 확인까지 하진 않았다고 한다.

‘미궁’에 빠진 ‘성희롱’ 논란

끝내 발언 당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발언자가 교육생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재개발원 측의 사과를 식당 측이 받아들여 문제는 일단락됐다. 신임 리더 교육을 마친 이들은 서울시와 각 구의 담당 부서로 돌아갔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발언자를 찾지는 못했지만 교육생 중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생이 아닐 수도 있어서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식당 관계자도 “여종업원이 기분 나쁜 말을 들어 항의했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더 이상 문제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인재개발원은 이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1시간 성희롱 예방교육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성희롱 발언은 공직생활에서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하겠다”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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