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디빌더'들에게 '모유' 파는 캄보디아 여성들

박정연 2016. 1. 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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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근육강화·피부미용 목적.. 캄보디아 현지에 판매 회사 설립

[오마이뉴스 글:박정연, 편집:홍현진]

 캄보디아 여성의 모유를 수집해 저온살균처리한 미국 엠브로시아사 제품 이미지. (www.ambrosiamilk.com 발췌)
ⓒ 엠브로이시아사 홈페이지
캄보디아 여성들의 모유를 수집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가 캄보디아 현지에 설립됐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수집된 모유가 젖이 모자란 출산 여성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그 목적이란 놀랍게도 다름 아닌 근육 강화와 피부 미용이다. 일반 성인 여성들이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일부 보디빌더들의 경우, 근육 강화를 위해 모유를 섭취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 회사는 수도 프놈펜 스떵 민쩌이 지역 캄보디아인 어머니들에게 모유를 하루 두 번씩 채유해간다. 지난달 현지 언론 <프놈펜 포스트>는 그 대가로 30ml당 0.5달러에서 1달러를 여성들에게 지불하며, 수집된 모유는 냉동 처리된 뒤 미국으로 보내 다시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유타주, 오렘시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렇게 생산된 모유는 450ml당 45달러(약 5만 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유제품의 이름은 앰브로시아(Ambrosia)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영생약'이란 뜻을 갖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온라인에 공개한 관세 규정에 따르면, 이 모유제품은 '영유아 및 보디빌더를 위한 영양보조제로 판매돼야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모유 제공자들의 아기, 최소 생후 6개월 이상 돼야"

이 회사 설립자인 브론즈슨 우즈(Bronzson Woods)는 전직 몰몬교 선교사다. 그는 선교사 일을 그만둔 후 기부 센터를 설립하고자 금년 초 캄보디아에 다시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최근 회사설립 소식을 접한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는 거부했지만, 지난해 12월 23일 <솔트 레이크 트리뷴>과 한 인터뷰를 통해 모유 제공자들의 아기들이 최소 생후 6개월 이상은 돼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오직 모유만 먹여야 한다고 권고한 영유아들의 연령이 바로 생후 6개월 이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어도 모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유아의 젖만큼은 빼앗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으로 들린다.

그는 또한 이러한 방식이 양 국가 부모들에게 서로 윈-원 효과가 있다고 이 신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가난한 캄보디아 여성에게는 수익이 생기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모유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덧붙여 "우리가 대가로 지불하는 모유값은 캄보디아 일반 가정이 벌어들이는 월수입의 두배 정도"라고 말했다.

통상 미국에서는 모유를 '모유 은행'과  'P2P(Peer-to-Peer) 방식'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모유 은행은 오직 영유아들에게 모유를 먹이려는 산모들에게만 모유를 제공한다.

따라서 일반 성인들의 경우는 특정 대상을 필요로 하는 동등계층 사이의 네트워크 안에서 필요한 대상을 서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공유 시스템인 P2P 방식을 통한 온라인 주문방식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판매 방식을 통해 거래되는 모유 상당수가 대부분 품질이 균일하지 못한 데다, 박테리아나 HIV균 등 질병에 감염된 모유제품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년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인터넷을 통한 개인간 모유거래의 위험성을 지적, 이를 구입하지 않도록 권장한 바 있다.

"돈 몇 푼 때문에 모유 팔아야 하는 슬픈 현실"

 아기에게 모유를 주다 잠이 든 캄보디아 여성의 모습.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박정연
반면, 이 회사가 판매하는 모유의 경우는 모유 은행의 처방전도 필요가 없고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안전하게 저온살균처리를 해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회사측 담당자는 설명한다. 아마도 이 회사는 바로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 착안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최근 몇 년간 여성에게서 나온 모유가 다양한 효능을 지닌 '만병통치약' 혹은 '슈퍼 푸드'로 인식되며 각광을 받아왔다. 특히 모유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 외에도 성인들에게는 근육량을 증가시켜 주거나, 운동 후 회복 속도 상승, 심지어, 발기부전치료 등에도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속설이 공공연하게 상식처럼 알려져 왔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보디빌더들뿐만 아니라 미용을 목적으로 미국 여성들이 모유를 찾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지 신문이 인용한 작년 <영국 왕립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모유의 효능들이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나와 있어 적잖이 혼란스럽다.

"모유의 효능들은 아직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따지자면, 모유는 우유 등 다른 젖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적다. 또한 보다 넓은 차원의 먹이사슬과 마찬가지로, 모유로도 화학적, 환경적으로 오염된 물질들이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약학적 효능을 얻기 위해 성인이 모유를 직접 섭취했을 경우, 심리적으로 위안을 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것 말고는, 그 이상 뭔가 있다는 증거를 얻어낸 과학적 연구는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하튼, 그동안 모유의 효능을 두고 전세계 학계의 주장과 연구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 진실이 무엇인지 섣불리 단정 짓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최근 만난 껀달주 모자보건센터 부책임자 소완디(37)씨가 한 말은 모유에 실제로 그런 효능이 있는지 유무를 떠나,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최근 기사를 통해 캄보디아 여성들의 모유까지 사서 마시는 미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더욱 놀라우면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가난한 캄보디아 어머니들이 고작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어린 영유아에게 먹어야할 자신들의 모유를 팔아야 하는 지금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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