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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폭력 실태보고서] 성희롱에 노출된 교사들.. '벙어리 냉가슴'만

입력 2016. 01. 17. 18:54 수정 2016. 01. 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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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학생뿐이겠어요. 같은 학교 선생님들도 힘들게 하는 건 마찬가지인 걸요."

경기 일산 한 고교에 재직 중인 이모(28·여) 교사는 17일 "학생들 때문에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돌려봤다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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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여선생님에 성적 농담 예사.. 동료교사는 성추행까지

“어디 학생뿐이겠어요. 같은 학교 선생님들도 힘들게 하는 건 마찬가지인 걸요.”

경기 일산 한 고교에 재직 중인 이모(28·여) 교사는 17일 “학생들 때문에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50대 부장교사로부터 “예쁘다. 애인도 없는 듯한데 주말에 같이 놀러 가자”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 교사는 “어렵게 들어온 학교인데 구설에 오를까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성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겪는 일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덩치는 어른이지만 의식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 학생들, 동료로서의 신의마저 저버린 일부 파렴치한 교사들이 교단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갑 중의 갑’… 학생들의 카메라에 노출된 여교사들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돌려봤다가 적발됐다. 몰카 촬영을 주도한 학생 3명은 학교로부터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받았고 찍은 몰카를 돌려보거나 SNS를 통해 유포한 25명도 3∼10일의 출석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 여교사 2명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전북 고창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지난해 8월 1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몰래 찍었다가 적발됐다. 이 학교는 3년 전에도 같은 유형의 몰카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부의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총 2만6411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성추행·성희롱 형태의 교권침해가 375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상당수 교사가 피해를 당해도 ‘어린 학생들의 장난 갖고 뭘…’ 하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혹시 당할지 모를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에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모(여) 교사는 “달라진 성의식 때문인지 학생들이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에 놀랄 때가 많다”며 “교사로서의 명예나 권위는 없고 학생들 눈치만 보는 내가 싫다”고 토로했다.

바른교육실천행동 김기수 대표는 “학생들이 ‘인권’을 교사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쯤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성폭력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하고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료들이 더 무서워요” 하소연도

부산지검은 지난해 10월 부산 한 공립고교 소속 D(59) 교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D교사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동료 여교사 6명을 강제로 껴안고 팔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사가 술자리에서 동료 여교사의 가슴을 만졌다가 해임되는 등 교사들 간의 성희롱·성추행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교내 성범죄 발생 및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0∼2015년 1학기 교사들 간의 성희롱·성추행은 총 5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22건, 중학교 16건, 고교 13건 순이다.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박모(33·여) 교사는 “항의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까지 소문이 난다”며 “교직에 하루이틀 있을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주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대 교육학과 정혜진 교수는 “교사를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돈벌이 괜찮은 안정적 직업’쯤으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며 “존경받는 교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교원사회부터 자기반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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