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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가 오빠 버린것 같아요" 동생 진술이 결정적 단서

입력 2016. 01. 18. 03:06 수정 2016. 01.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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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부모 구속
[동아일보]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 씨가 17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부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했던 아버지 최모 씨(34)가 17일 구속 수감됐다. 앞서 16일 아들이 숨지고 남편이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어머니 한모 씨(34)도 구속됐다.

본보 취재 결과 이들이 경찰에 붙잡힌 데에는 사망한 최모 군 여동생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장기 도피를 준비한 정황도 밝혀졌다.

○ 최 군 여동생 진술에 어머니 의심

경찰과 한 씨 변호인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최 군이 다녔던 학교 관계자, 사회복지사 등은 14일 최 군의 두 살 어린 여동생 최모 양(9)으로부터 “부모가 오빠를 버린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한 씨는 “나도 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최 양과 면담한 결과 한 씨의 답변이 거짓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겨 한 씨를 먼저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최 씨의 소재를 파악해 15일 인천 계양구 지인 집에 최 군 시신이 담긴 가방 등을 맡기고 도주하려던 최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최 씨가 장기도피를 준비했던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이날 훼손된 최 군 시신 일부가 발견된 인천 계양구 최 씨 지인 집에서 최 씨 소유의 배낭과 장바구니 3개, 박스 1개를 확보했다. 그 안에는 현금 300만 원과 속옷 여러 벌, 세면용품 등이 들어 있었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 군이 2012년 11월 12일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아버지 최 씨가 “씻기 싫어하는 아들을 강제로 욕실에 끌고 가는데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고 밝힌 2012년 10월 초로부터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다.

최 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지인 등에 따르면 최 씨는 한때 PC방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약 10년 전부터는 일정한 직업 없이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곤 했다. 직장에 다니는 한 씨 대신 자녀 양육을 맡아왔던 것도 최 씨였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아들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추정일 오후 5시 30분경 아들이 숨진 사실을 알아챈 한 씨에게 남편 최 씨는 “일이 이렇게 벌어졌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산 사람이라도 살자”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친정에 가 있어라”고 했다. 이후 한 씨가 딸과 함께 친정에 머무르는 동안 최 씨는 집에서 아들 시신을 훼손했다. 훼손한 시신은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주방에 있는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일부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하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며칠 뒤 집에 돌아온 한 씨는 이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때때로 남편에게 자수를 권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설득에 침묵을 지켰다. 이에 대해 한 씨는 “남편이 ‘(자수하면)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 이웃에도 아들 존재 완전히 숨겨

이후 최 씨 부부는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2013년 3월경 인천 부평구로 이사 간 뒤에도 주위에 자녀는 딸 한 명뿐이라고 말해왔다. 최 양이 다니던 학교 관계자는 “2014년 입학 당시 학교에 제출한 가정환경조사서를 보면 가족이 3명이라고 적혀 있다”며 “최 양 어머니(한 씨)가 담임교사와 상담할 때도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군이 장기결석 아동으로 분류됐지만 관련 기관들은 소재 파악조차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천시에 따르면 최 군이 2012년 4월 30일부터 등교를 하지 않자 해당 학교는 5월 30일과 6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주민센터에 공문을 보내 “최 군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센터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담임교사는 ‘학생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한 씨에게 여러 차례 보냈다. 2012년 6월 11일에는 1학년 부장교사와 함께 최 군의 집을 찾기도 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최 군은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 외 관리대장’에 올라갔지만 약 4년간 방치됐다. 지난해 12월 인천 아동 학대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뒤에야 해당 학교 등이 최 군 추적에 나선 것이다.

○ “발각될까 무서워 시신 훼손”

인천지법 부천지원 가사3단독 임동한 판사는 17일 최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 개시 후 도주 및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씨는 변호인에게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발각될까 봐 무서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다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경위에 대해서는 “병원에 데려갈 상황이 아니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한 씨도 16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사망할 정도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씨는 법정에서 죽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은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딸이라도 좀 양육하게 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 부부가 시신 일부만 냉동 보관한 점, 최 군 사망 때까지 이들의 구체적인 행적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부천=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희제 /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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