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현실화된 보육대란] 교사 임금 체불, 학부모에 지원금 요구.."대출 받아 운영할 판"

강현석·임아영 기자 입력 2016. 01. 19. 22:11 수정 2016. 01. 20. 09:43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ㆍ20일 급여일…‘전액 미편성’ 서울·경기·광주, 교사 이탈 우려
ㆍ서울 사립유치원연합회 “가정에 누리과정비 요청할 수밖에…”
ㆍ‘전액 확보’ 6곳뿐…정부 특단대책으로 전국 확산 막아야

서울지역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을 요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육대란’이 현실화됐다. 교육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한 유치원은 교직원 급여가 체불되기 시작했고 은행 대출을 추진하는 지역도 생겼다.

19일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단 한푼도 확보하지 못한 곳은 서울시와 경기도, 광주시 등 3곳이다. 강원도와 전북도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교사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를 지급해야 하는 월말을 앞두고 보육대란이 사실상 시작됐다. 유치원 교직원만 2만2000여명에 이르는 서울과 경기에서는 당장 20일부터 임금이 체불된다.

정부서울청사 한빛어린이집 원생들이 19일 어린이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청사 1층 로비에서 또래들이 그린 그림 등을 구경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경기 수원의 한 유치원 원장은 “20일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것 같아 일단 교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다음달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사들도 생계를 위해 그만둬야 하고, 지원금을 못 받는 학부모들도 원생들을 유치원에 안 보낼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사립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지원금 29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낼 계획이다. 이명희 서울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대출을 받아 유치원을 운영할까 생각도 했지만 먼저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비를 요청할 것”이라며 “더욱이 학부모들은 1·2월치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180곳은 은행과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차입금은 안된다”고 했지만 유치원들은 연 3∼4%의 금리로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치원들은 25일부터 지급해야 하는 교사들 임금과 운영비를 해결하려면 이번 주까지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전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장은 “교육청에서는 ‘차입금 요청’에 반대하고 있지만 당장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법을 어겨서라도 차입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규모가 작은 유치원들부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분 보육료 22만원은 정상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졌던 어린이집도 교직원 급여일인 25일 각 보육교사들의 통장에 입금해야 하는 인건비(원아 1명당 7만원)를 마련할 길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용카드 결제가 지속될지도 확실치 않다. 어린이집 비용은 사회보장정보원에서 각 카드사에 한 달 뒤 정산을 해주는 시스템인데 1월분에 대해 정산을 받지 못하면 카드사가 결제 승인을 해주지 않을 우려도 나온다.

올해 추경 등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확보키로 한 곳은 대구·울산·대전·세종·충남·경북 등 6곳뿐이다. 경남과 제주는 어린이집 예산은 2개월분만 반영했고 인천과 부산, 전남 등도 수개월치만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영유아보육·유아교육 완전국가책임제 실현’이라는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약속 불이행으로 빚어진 보육대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현석·임아영 기자 kaja@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