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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기득권과 싸우는 다윗인가 영리한 포퓰리스트인가

원희복 선임기자 입력 2016. 01. 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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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람도 없다. 그는 지난 20일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조리지원 등 3대 복지사업을 강행했다. 정부는 성남시를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으로 대법원에 제소하고, 성남시는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일개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전례가 드물고, 실익도 없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리 성남시의 재정력지수(자치단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능력)가 높아도 중앙정부가 직무감사·직제 허용 등의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득권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 자신은 고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원리주의자라고 말했다. / 이상훈 선임기자

“공공예산 낭비 줄이면 복지 늘어나” “우리는 감사를 거의 매일 받는다. 우리는 그렇게 훈련돼 있다. 작년까지 260여건의 감사를 받았다. 감사 일수가 임기 중 921일이었고, 지금은 1000일이 넘지 않나 싶다. 그것을 근무일로 따져 보니 4일 중 3일은 감사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다른 기초자치단체는 거의 받지 않는 전면 특별감사도 두 번이나 받았다.”

지난 21일 시장실에서 만난 그는 밑에 있는 공무원이 얼마나 피곤하겠느냐는 질문에 “시장 잘못 만나서 그렇지, 시민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면서 “대신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등 다른 사기진작책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옆에 있던 한 직원은 ‘직원들은 도지사 표창보다 시장 표창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시장 표창 상품이 콘도 이용권 등 더 알차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 시장은 2010년 당선되자마자 시 재정의 ‘모라토리엄(파산)’ 선언을 하려 했다. 당시 모든 언론이 그의 행동을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 자치단체가 발행한 지방채는 사실상 중앙정부가 보증해 외국처럼 자치단체 파산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영리한 언론 플레이’였다. 어쨌든 이 시장은 빚더미 성남시 재정을 정상화시켰다. 그리고 행정자치부 재정평가 3년 연속 우수평가인 ‘가’ 등급을 받았다. 지금은 한푼의 지방채 발행도 안 하고 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7300억원인 비공식 부채를 5~6년 동안 갚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 만에 갚아지더라”면서 “공공 살림은 허투루 쓰는 게 많다. 거기서 이권 챙기는 사람도 많고. 그것만 끊어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정부도 4대강, 자원비리, 방위비 낭비만 안 하면 복지예산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단행한 청년배당에 대해 논란이 많다. 차별 없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청년배당은 미래가 없는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20만원씩 준다는 약속,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도 20만원 주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약속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률 지급은 관리경비를 절감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럽에서 이미 새로운 복지모델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의 한 인사는 “작은 도서관 하나 세우는 예산에 불과한 194억원으로 이렇게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3대 복지사업을 시행한 성남시장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기자는 ‘영리함도 있지만 중앙정부와 맞서는 용기가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청년배당 사업을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너무 좌고우면, 이를테면 ‘너무 간을 보는’ 데 비해 이 시장은 과감하게 한 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무상교복 사업은 어린 시절 교복을 입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한 일종의 보상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이 시장은 잠시 당황하는 듯 싶더니 곧 웃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것도 조금 있다. 사실은 (허허) 내가 교복을 못 입어 봤다. 친구들이 교복 입고 학교 갈 때 나는 작업복 입고 반대로 출근했다. 교복 입은 것이 너무 부러워 대학 입학해서 교복 사 입고 사진 찍었다”고 말했다. 잔인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이었다.

가난한 유년, 검정고시 거쳐 사시 합격 그는 1964년 경북 안동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산꼭대기에서 산전을 일구며 살았다. 화전이 힘들어진 그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아 성남으로 올라왔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청소를 했고, 어머니는 시장 화장실에서 소변 10원·대변 20원씩 돈 받는 일을 했다. 7남매(5남2녀) 9식구가 반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이 시장이 중앙정부와 맞서는 ‘힘든 싸움’을 이겨내는 바탕은 지독히 힘들었던 이런 과거가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죽음의 문턱에 선 처절함을 경험했다.

“사실 이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자살을 두 번이나 시도했다. 야구 글러브 공장에 다닐 때 프레스에 왼쪽 팔목 뼈 하나가 잘려나가 장애인이 됐다. 그런데도 공장 선배에게 두들겨맞고, 찬 도시락을 먹으며 공장을 다녔다. 열일곱 살 사춘기일 때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희망 없는 현실에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연탄불이 꺼져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살을 시도했다가 자형이 구해 살아났다. 이후 나는 ‘죽을 힘으로 살기로 작정’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잠을 쫓기 위해 바늘로 찌르고 아카시아 나무에 몸을 비비고, 책상에 압정을 뿌려놓고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 처절한 공부 끝에 그는 1년 만에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중앙대 법대)에 월급까지 받는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판·검사가 돼 이젠 정말 잘 먹고 잘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짐에 ‘재’를 뿌린 사건과 사람이 있었다. 사건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다. 그는 “무지했던 10대 공장노동자일 때 나는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얘기하고 다녔다”면서 “대학에 진학해 광주의 진실을 알고 속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운명을 바꾼 사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노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사회운동에 나서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198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는 한편, 사실상 고향인 성남에서 시민운동에 나섰다.

그는 “전국 최초로 주민이 발의한 시립의료원 조례가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폐기되는 것에 항의하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배됐던 적이 있다”면서 “교회 지하에서 시장이 돼 직접 시립의료원을 만들기로 결심한 날짜가 바로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가 2010년에 당선됐다. 그리고 약속대로(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013년 11월, 그는 성남시장으로서 시립의료원 기공식 버튼을 눌렀다. 2017년 하반기에 준공되는 성남시립의료원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삼성의료원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던 음압병상을 32개나 갖추고 있다. 그는 2014년 시장에 재선됐다.

고전 연구가로 <삼국지인물전>을 쓴 김재욱 작가는 그를 삼국지에 나오는 하후돈(夏候惇)에 비유했다. 김재욱 작가는 “조조의 부하였던 하후돈은 제갈공명과 싸움에서 왼쪽 눈에 화살을 맞자 손으로 화살을 뽑고, 딸려나온 눈알을 입으로 씹으며 전투를 계속했던 맹장”이라며 “나중에 하남의 수령에 임명됐을 때 가뭄을 막는 행정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청렴함과 검소함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말했다. 용맹함과 행정능력, 청렴함 등이 하후돈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그에게서 진나라 재상 이사(李斯)가 생각난다. 시골에서 태어나 뜻을 세우고, 치밀한 노력 끝에 진시왕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인물이다.

성남시에 사는 한 인사는 “사정기관 관계자를 만나 보면 본인은 물론 가족 비리 여부까지 눈에 불을 켜고 체크하는데, 걸리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사실 ‘검찰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많은 민원과 이권에 휩싸여 있는 시장이 자기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에 대해 그는 “큰형은 왼발이 잘리는 산업재해를 당한 건설노동자이고, 누님은 요양보호사, 작은형님은 가구공장 페인트칠을 하다가 요즘은 청소일을 하고, 막내 역시 청소노동자”라며 “여동생도 청소일을 하다 작년 새벽에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죽었다”고 말했다.(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목이 메이고 눈이 충혈됐다)

유일하게 셋째형이 대학을 나와 회계사로 있지만 형제 대부분 힘들게 산다. 야당 정치인도 취업 부탁을 하거나 시험에 떨어진 자식을 구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요즘, 시장이면 고생하는 형제들에게 조금 편안하게 밥 한 끼 먹을 직장을 챙겨줄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해 12월 20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함께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대통령 할 수 있으면 해, 안 되니 못하는 것” 한 측근은 “지난해 여동생이 새벽 화장실 청소 도중 뇌출혈로 죽었을 때 ‘내가 그냥 변호사만 했으면 너를 이렇게 죽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통곡했다”면서 “시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게 사는 동생을 도와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냉혈적’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야권 차기 지도자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더니 다른 여론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꾸준히 2~4%의 지지율이 나온다. 이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선 유일할 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 중에서도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다음이다.

그는 이런 지지율을 순전히 팟캐스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뉴미디어로 이뤄냈다.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를 직접 한다. ‘좋아요’도 반드시 자신이 누른다. 그는 제일 편리하게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SNS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가 SNS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SNS는 보수언론의 허위보도, 왜곡조작에 해명하고 싸울 유일한 보호수단”이라면서 “그래서 죽기 살기로 한다. SNS는 내가 살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강조했다.

대권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시장은 하나의 수단이고, 시민단체 활동도 하나의 수단이다”라면서 “대통령,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안 되니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저 놈 대통령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3% 생겨났다. 하지만 (대권은) 주마가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과 민심의 문제다”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맡을 수 있게 공부도 하고,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더 시대 흐름을 읽겠다.… 하지만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마지막 말끝을 흐렸다.

왜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 사회 기득권 처제가 너무 강고하다. 그들이 볼 때 나는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이고, 너무 원론적이다. 그래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맞서는 상대는 단순히 보건복지부나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었다. 기초적 정의조차 없고 힘이 진리가 되어버린 사회, 즉 굴절된 기득권 체제 전부였다.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온몸으로 항거했던 그 상대다. ‘삶의 방식이나 정치 스타일이 노무현과 비슷하다’는 말에 그는 한 발 더 앞서 나간다.

“거의 비슷한데, 오히려 내가 더 근본주의자다. 경제문제에 대해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자였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이렇게 가면 나라가 망한다. 현재와 같이 노동자를 쥐어짜고 기업·재벌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면 한순간에 경제가 망한다. 최대한 기회균등을 이뤄내야 한다.”

스스로 ‘노무현보다 더 심각한 근본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의외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돼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이 지독한 ‘기득권 체제 극복’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조금 달라 보인다. 그는 젊지만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정확히 꿰고 있다. 그는 ‘바보 노무현’보다 영리하고 치밀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죽음을 미리 겪고 그 바탕에서 싸움하는 법을 체득했다. 의미 있는 싸움판이 기대된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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