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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원 짜리 태블릿 PC를 천 원으로 뽑는다?

김철민 입력 2016. 01. 25. 18:50 수정 2016. 01. 2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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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돈 천 원으로 태블릿 PC를 뽑는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번화가 곳곳에 설치된 '크레인 경품 게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초창기엔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의 봉제 인형을 뽑는 '인형 뽑기' 게임기로 출발했으나 요즘은 경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간단한 장난감에서부터 갖가지 레고 인형, 라이터,무선 조종 헬리콥터,무선 마우스, PSP 게임기, 운동화 등으로 진화해, 요즘 가장 인기있는 뽑기 경품은 태블릿 PC, USB 메모리,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블루투스 헤드셋, 이어폰, 스피커 등 다양한 전자제품으로까지 확대됐다.

정식명칭은 '크레인 게임기 (CRANE MACHINE)' 라 하는데, 5백원에서 천 원 정도 돈을 넣고 레버를 움직여 삼발이 형태의 크레인 위치를 조정한 후, 버튼을 눌러 크레인에 인형을 걸리게 하여 게임기 밖으로 경품을 꺼내는 방식이다.

매우 단순한 게임이며, 요즘엔 기다란 형태의 금속 막대를 조종해서 경품을 바깥쪽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형태의 변종 게임기도 등장했다. 싯가로 치면 60만원이나 되는 태블릿 PC 를 단 돈 천 원으로 뽑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시민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이내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종종 숨은 고수(?)들이 등장해 수 십 만원 짜리 경품을 척척 낚아채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단 돈 천원을 받고 수 십 만원 짜리 경품을 내거는 게임기 운영업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수지타산을 맞추는 걸까? 그 해답을 알 수 있는 사건 하나가 오늘 부산지검에 적발됐다.

태블릿 PC 와 블루투스 헤드셋도 ‘짝퉁’ 이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오늘 중국에서 만든 '짝퉁' 태블릿 PC 와 블루투스 헤드셋 등을 대량 밀수해 국내에 유통시킨 밀수업자 A 씨와 유통업자 B 씨, 국내 판매업자 C 씨 등 13명을 적발해 2명을 구속하고,11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중국 현지공장에서 위조된 삼성전자 짝퉁 태블릿 PC 와 USB 메모리,LG 전자 블루투스 헤드셋, 닥터 드레 헤드셋,이어폰,스피커 만5천여점, 싯가로 12억원 어치를 시중에 몰래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미처 유통시키지 못하고 압수된 제품만도 약 6천여점, 시가로 8억6천만 원이 넘는 물량이었다.

이들은 과거처럼 휴대전화 충전기 같은 단순한 '부속제품' 위조와 밀수에만 그친 게 아니라 대범하게 태블릿 PC 나 블루투스 헤드셋처럼 고가의 '완제품' 과 그 부속제품까지 위조해 국내에 밀반입했다. 이런 짝퉁 완제품들은 매우 정교하게 위조돼 있어, 육안으로 보면 정품과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 보면, 며칠 내로 고장이 날 정도로 품질이 조잡한 상태였다. 특히 완제품 내부에 들어있는 리튬 배터리도 '짝퉁'이었는데, 이런 배터리는 열이나 충격을 받으면 발화해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이 매우 취약한 제품들이었다. 따라서 해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이런 제품을 구입할 경우, 국내 고급 브랜드 제품들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짝퉁” 제품 대부분 ‘뽑기 크레인’ 경품으로 내걸어

중국 보따리상으로부터 잡화류를 수입하던 밀수업자 A 씨는 얼마전 '뽑기 크레인' 운영업자 B 씨 등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서 짝퉁 전자제품을 밀반입해 국내 '뽑기 크레인' 기계에 경품으로 넣으면 이른바 '대박'이 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밀반입한 '짝퉁'제품을 '경품 뽑기 크레인'에 경품으로 넣어 봤더니 순식간에 매출이 10배 이상 부쩍 늘어났다.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태블릿 PC 를 운좋으면 단 돈 천 원에 뽑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뽑기 기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에 그쳤고, 운좋게 성공하더라도 금방 고장나는 조잡한 '짝퉁' 제품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었다.

이들이 유통시킨 '짝퉁' 제품들의 원가를 살펴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정품 가격 60 만원인 삼성전자 태블릿 PC 짝퉁제품 수입원가는 겨우 3 만 3 천원이었다. 또 정품 시가 40 만원인 닥터 드레 헤드셋,일명 '박태환 헤드셋'은 불과 4 만원, 20 만원짜리 닥터 드레 스피커는 만 4 천원, 10 만원 짜리 LG 블루투스 헤드셋은 밀수입 원가가 2 만원에 불과했다.

대부분 정품 가격의 1/10 또는 1/20 수준이었다. 이런 제품들이 마치 '정품'인 것처럼 포장돼 크레인 게임기의 '미끼' 상품으로 이용됐다.

무허가 ‘뽑기 크레인’ 현황 파악도 안돼

당국은 현재 전국에 설치된 크레인 게임기가 약 70 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무등록 게임기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정부 고시와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같은 게임기에는 소매가 5 천원 이하의 경품들만 취급하도록 돼 있다. 자칫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허가 업자들은 중국서 수입한 싸구려 '짝퉁' 제품들을 마치 정품인 것처럼 경품으로 내걸어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왔던 것이다.

김철민기자 (kimmin@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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