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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누리예산' 강경 대응] 대통령의 날선 공격..'국가책임보육' 대선공약 뒤집고 역공

박용필·임아영 기자 입력 2016. 01. 25. 22:37 수정 2016. 01.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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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과 관련, 시·도교육감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교육감들이 정말 무책임하고, 받을 돈은 다 받고 필요한 건 쓰지 않는다”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누리과정 예산은 꼭 편성하도록 하겠다”고 못 박았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청들에 예비비 우선 배정 방안을 검토하라”는 편가르기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감협의회 측은 “누리과정 예산문제의 근본적 해결 촉구 목소리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정치공세”라며 “발언 내용 상당 부분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1. “정부 탓하는 교육청들 무책임” 교육감 의무로 시행령 개정, 재원 조달도 말 바꿔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작 무책임한 것은 대책 없이 공약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이 교육청으로 이관될 것을 감안해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을 재확인했고 재원조달 원칙으로 ‘지방재정 부담 충분히 감안한 재원조달’을 제시했다. 2014년 교육부는 대통령 뜻대로 2015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으로 2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교육부 증액안은 전액 삭감됐고, 그때부터이후 정부는 ‘교육교부금을 이전했으니 중앙정부는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을 바꿨고 지난해 10월에는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교육청 의무지출로 못 박았다.

교육감들은 시행령을 고쳐도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정 지원을 교부금으로 가능케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상위법과 시행령이 맞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교육부의 논리대로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이라면 국가 교육과정을 교습하는 학원들도 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교육과정, 프로그램 중심으로 법을 해석해서는 안된다”며 “지원하는 기관 중심으로 봐야 하고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1일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이런 국책 국가사업을 지방에 이관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지방행정법에 따라 지자체에 행·재정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 “받을 돈 다 받고 쓰지 않고 있다” 소요예산 계속 늘었지만, 교부금은 되레 감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다”며 “일부 교육청들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4조원을 이미 내려보냈다”며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마치 누리과정 사업에 따른 별도의 예산을 더 줬는데도 시·도교육청이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더 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추가 예산 없이 기존에 주던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소요예산 4조원을 떼어낸 뒤 교육청에 쪼개 준 것을 “관련 예산 4조원을 내려보냈다”고 표현하고 있다.

실상 누리과정에 드는 소요예산은 계속 늘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교부금은 오히려 줄었다. 누리과정 소요예산은 2013년 3조4000억원에서 2015년 3조9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교부금은 오히려 2013년 41조1000억원에서 2015년 39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2016년엔 교부금이 41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는 누리과정 대상 원아가 3만여명이나 훨씬 적었던 2013년도 수준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더욱이 시·도교육감들은 교부금 증가분만큼 인건비 상승과 지방채 상환 등 세출도 늘어 가용재원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지난해 지방채 1조원과 목적예비비 5000억여원 등 2조원에 가까운 추가 지원을 받고서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조차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며 “여기에 2조원이 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초·중등 교육 사업의 절반을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3. “법 고쳐서라도 교부금 직접 투입” 교육감에 재량권 부여, 교부금법 입법 취지 위배

박근혜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자체를 뜯어고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는 교육감에게 집행 재량을 부여한다는 교부금법의 근본 취지에 배치되는 데다 교부금법의 사용 목적 자체가 뒤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6%를 차지하는 보통교부금은 용처를 지정하지 않고 교육감에게 내려주는 돈이다. 1990년 이후 시·도 간의 교육비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교육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액 교부 형태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과정이라는 특정 목적이 지정되는 예산이 교부금에 끼어들어간다는 것은 교부금의 근본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 김남희 변호사는 “유보통합도 이뤄지지 않아 엄연히 타 부처 소관인 어린이집의 예산을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의무 지출하게 하는 법 개정은 법체계 혼란은 물론 법 해석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들에는 3000억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보육대란의 급한 불을 끄려는 의도보다는 재정적 여건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른 교육감들을 이간질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필·임아영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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