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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상품권도 결국 올 것" 불법 판치는 '12조 시장'

안재만 기자 입력 2016. 01. 26. 06:02 수정 2016. 01. 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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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의 한 상품권 매점. 사진=고성민 인턴기자
한 인터넷 사이트의 상품권 매매 화면

대목 앞둔 상품권 시장… 매매업자 “이재명 상품권도 거래될 것"

강추위가 휘몰아친 지난 25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 상품권 중개업소에서는 백화점 상품권을 놓고 가격 흥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30대 남성이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인데, 한 장당 9만7000원은 받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상품권 매매업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금방 알겠지만 보통 9만원에 팔린다”면서 “여기는 매장이니까 5000원 더 비싸게 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 남성은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5장을 47만5000원(장당 9만5000원)에 팔고 돌아섰다.

매매업자는 “명절 직전에 상품권을 선물 용도로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금 한창 사들이고 있다”면서 “10만원짜리는 장당 9만5000원 정도에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이 끝나면 그 만큼 거래가 줄어들어 매입 가격이 9만원까지도 떨어집니다. 날씨가 추워서 대부분 장사는 비수기이지만 우리(상품권 업자)에겐 지금이 성수기죠.”

설 연휴를 앞두고 최고의 명절 선물로 꼽히는 상품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상품권 거래 매장은 명절 직전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상품권을 사두려는 사람들과 현금이 급해 상품권을 팔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상품권 매매업자는 “상품권은 사실상 현금처럼 쓰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든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요즘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들에게 나눠준 ‘성남사랑상품권’이 논란이 된 것으로 아는데, 이 상품권 역시 어떤 식으로든 매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매년 30%씩 쑥쑥 성장하는 상품권 시장

상품권 시장은 유통규모는커녕 발행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며 지류(종이) 상품권의 경우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든 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상품권이나 충전식 선불 카드는 인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발행 규모를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발행사(백화점 등)가 한국조폐공사와 제휴해 발행한 지류 상품권만 봐도 2009년엔 3조4000억원 규모였지만 2013년엔 8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14년은 9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모바일 상품권과 충전식 선불카드를 합치면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상품권 발행 규모는 약 11조~12조원으로 예상된다.

◆ 백화점·주유상품권 가장 비싸게 거래, 온누리는 10% 할인

그렇다면 가장 유통이 활발한 상품권은 무엇일까. 조선비즈가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명동, 성남 등의 상품권 중개업소와 온라인 매매 사이트를 취재한 결과, 백화점 상품권과 주유 상품권이 액면가(실제 상품권 가격) 대비 가장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거래량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상품권은 액면가의 94~97%에 팔 수 있고, 주유 상품권도 액면가의 95~98%에 거래되고 있었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주유 상품권이 ‘제값’을 받는 이유는 사용이 편리하고 거래량도 많아서다.

구두 상품권은 액면가의 70%로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특정 브랜드에서만 써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이다. 한때 법정관리(회생절차) 신청으로 청산 우려까지 제기됐던 에스콰이어의 경우 액면가의 50% 밑으로 거래됐다.

온누리상품권은 85~90%의 가격에 매매된다. 1만원권의 경우 8500~9000원에 팔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이 상대적으로 싸게 거래되는 이유는 사용처가 재래시장으로 한정돼 있고, 매입시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서다.

매도 물량도 많은 편인데, 이는 삼성, LG 등 대기업이 내수 진작용으로 상여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할 때가 있어서다.

한 상품권 중개업자는 “대기업이 대량으로 물건을 풀면 일시적으로 매입가가 8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면서 “상인회에 소속된 재래상인은 액면금액 그대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는 대부분 재래상인”이라고 밝혔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개업자는 “아직 성남사랑상품권은 취급해 본 적이 없지만 싸게만 넘긴다면 매입할 의사가 있다”면서 “지금은 시가 무서워 웅크리고 있지만 알음알음 다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법 판치는 12조원 시장…“통합법 필요” 지적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상품권 시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불법 매매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기본적인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일단 선물용이라는 핑계로 법인카드를 이용해 구매한 상품권이 대량으로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 중개업자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대량 구매한 뒤 이쪽에서 환전해가는 대기업 직원들이 많다”면서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것인지, 비자금 조성용인지는 우리가 알 필요가 없고 관심도 없지만 때로는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백화점 직원들이 상품권을 미리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해 놓은 뒤 ‘현금으로 물품을 구매한 고객’을 ‘상품권으로 결제한 고객’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한 고객이 현금 100만원을 내고 물건을 샀다면 상품권으로 샀다고 기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리 상품권 100만원어치를 95만원에 매입했다면 대략 5만원의 뒷돈을 챙길 수 있다.

한 중개업자는 “내 경우엔 매수자가 거의 백화점 직원들”이라며 “백화점에서는 아직도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고객들이 많아 ‘상품권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위조나 사기, 유효기간, 잔액 환급 등을 놓고 발행사와 소비자가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매년 상품권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약 3000건에 이른다.

정훈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품권을 규제하는 법률은 총 10여개로 부처별로 산재해 있고 모바일·온라인 상품권의 이용 조건은 발행사별로 다 달라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통합법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혼돈과 피해, 업무 중복 등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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