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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나.. 너무 다른 '주파수' 아이는 없었다

이도경 기자 입력 2016. 01. 2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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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화 거부하고 교육감은 무리한 요구.. 교육감, '직무유기' 압박하자 예산편성 거부
광주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이 26일 광주시의회에 들어가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향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보육대란부터 막고 이견은 나중에 조율하면 안 되는 건가.’ 정부와 시·도교육감들의 ‘치킨게임’을 바라보는 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서울·경기 등의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학부모 몫으로 넘어올 판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정부와 교육감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정부는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교육청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누리과정 협의를 하자고 10여 차례 정부에 제안했다. 3월 19일과 5월 4일 제안에선 각각 “근본 해법을 찾자”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자”고 했다.

응답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했다. 5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금이 100이 걷힌다면 20은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도록 돼 있다. 이 20 안에서 누리과정을 해결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감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였다.

교육감들의 반대에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의 의무로 못 박았다. 정부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을 개정하고는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압박했다. 교육감들은 반발하며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그래도 합의기구 구성 등 대화의 문을 열어뒀는데, 정부는 교육청 예산실태 점검, 감사원 감사 요구, 검찰 고발 예고 등 압박수위를 높여 갔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들을 만나고는 있지만 ‘여론전’ 성격이 짙다.

정부와 교육감, 너무 다른 ‘주파수’

정부는 왜 교육감들과 대화하지 않았을까. 교육감들이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는 시각이 강하다. 협상으로 좁히기엔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과 관련해 두 가지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박 대통령 공약이므로 전액 정부 예산으로 책임져야 하고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지우려면 교육교부금 비율을 현행 20.27%에서 25%로 높여 달라고 했다.

이는 ‘곳간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재부는 학생 수가 줄고 있으므로 교육재정도 구조조정하자는 입장이다. 당장 교부율을 낮추고 싶지만 교육계 저항이 크다. 그래서 초·중등 교육에만 쓰던 교부금을 누리과정 단계인 미취학 아동이나 영·유아 복지 등으로 쓰임새를 넓히려 한다.

교육부는 교육청들이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본다. ‘지방교육재정 개혁’을 6대 교육개혁 과제에 넣어 밀어붙이고 있다. 예컨대 ‘지방교육재정 알리미’ 사업으로 교육청 예산을 일반에 공개토록 했으며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라고 교육청들을 압박한다. 가뜩이나 교육부는 여권에서 박근혜정부 4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교육감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개혁 후퇴’가 된다.

비난의 화살은 누구에게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을 문제 삼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14명이나 등장하자 여권에선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왔다. 특히 박 대통령과 ‘상극’으로 분류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 8명이었다. 나머지 6명도 친(親)전교조 성향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가 즉시 터져 나왔다.

지방교육재정이 방만하다는 지적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내국세가 늘면 교육교부금이 증가하는 현행 제도를 검토하라”고 주문하자, 교육부는 즉시 지방교육재정 개혁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사실 지방교육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면 교육부 책임도 가볍지 않다. 시·도교육청 부교육감과 기획조정실장은 교육부 관료 몫이었다.

“보수 정권이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무력화해 진보의 업적인 ‘무상급식’과 ‘혁신교육’을 좌초시키려 한다.” “진보 교육감들이 예산을 숨겨두고 박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에 딴죽을 걸고 있다.” 결국 이 정치 싸움은 비난을 더 많이 받는 쪽에서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돈 더 내라’는 고지서를 받아들고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박 대통령일까 아니면 교육감일까.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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