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해 넘긴 '누리과정 예산'..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

조민영 기자 2016. 1. 2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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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년 정부 정책 변화를 통해 본 실체

만 3∼5세 유아교육 과정인 누리과정 지원 예산 문제가 해를 넘기고도 한 달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무차별적인 상호 비방만 계속되면서 ‘무상보육’ 정책의 수혜자이면서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잠재적 피해자인 학부모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조차 알기 힘들다.

그러나 현재의 갈등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년 10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 예산안을 분석하며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이용에 대한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었다. 보건복지부가 소관하는 어린이집 비용 지원을 교육부 정책을 위한 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4년 전에도 이미 알고 있던 이 모순은 왜 생겼고, 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교육청 간 대결양상으로 치닫는 것일까.

◇유아교육·보육(유보) 통합 안 된 채 ‘지출책임’만 통합한 모순=누리과정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복지부의 보육지원 정책에 따른 보육기관인 반면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점차 유아교육 지원 확대 요구가 커졌고, 정부는 같은 연령대 아이가 어느 기관을 다니든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 3∼5세 유아의 교육과정을 일치시키는 ‘누리과정 계획’을 세웠다. 유치원 교육과 어린이집 보육을 궁극적으로 통합(유보통합)하는 것이 맞겠으나 쉽지 않으니, 일단은 어린이집을 다녀도 교육부가 만든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단계적으로 2012년에는 만 5세 유아, 2013년에는 만 3∼4세까지 누리과정이 확대 적용됐다.

모순은 교육지원금 지원 주체까지 통합되면서 시작됐다. 여전히 어린이집 관련 정책과 관리 책임은 복지부에 있는데 관련 지원금은 교육청이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누리과정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지부가 지고 있던 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부담은 2012년 만 5세에 해당하는 부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교육청에 넘어갔다. 이에 따라 2012년 3827억원이던 복지부의 누리과정 관련 지출액은 2015년 0원이 됐다. 정부는 이 같은 모순이 계속 지적되자 지난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더욱이 재정 책임이 교육청으로 이관되면서 보육료 지원 대상도 함께 확대됐다. 2011년까지 만 5세 보육료 지원 대상은 소득 하위 70%에 국한돼 있었다. 2012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여당 등의 요구에 따라 ‘무상보육’ 주장이 확대됐고 단계적으로 누리과정 유아학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됐고 2012년 3월부터 만 5세 누리과정 교육비는 모든 계층에 지원되기 시작했다. 이듬해 만 3, 4세 대해서도 무상보육이 시작됐다.

◇그때(2012년)만 해도 급한 불 아니었던 ‘교육재정(지방교부금)’=그런데 2013년 정부예산안이 나왔을 때 반발한 것은 지방교육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였다.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재정으로 완전히 넘기기 전까지 2년간 복지부와 지자체가 보육비 지원액을 반반씩 부담키로 했기 때문이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지자체들은 “대선 공약 때문에 지자체 재정을 망가뜨린다”며 반발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반발에 부채를 발행해 메워주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누리과정 예산은 2년 뒤 교육재정으로 모두 넘어가기 때문에 지방재정 부담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자신 있었던 것은 2011년 누리과정 계획을 세울 당시 중기 재정 전망에 따라 지방교부금이 연평균 8%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교부금 증가율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정부 계획상 지방교부금 예상치보다 실제 지급된 교부금이 수조원 이상 밑돌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27일 “누리과정을 확대할 때 전망치상으로는 지방교육재정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것”이라면서 “교부금 증가율 전망과 실제가 너무 달라진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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