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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세월호 그 후.. 해운조합장에 국정원 간부까지 눈독, 왜?

김진주 입력 2016. 01. 28. 11:05 수정 2016. 01.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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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대 연봉에 정부 평가도 안 받아

해수부 출신 진출 막히자 ‘문외한’ 득실

“세월호 관련 해운조합 방패막이용” 해석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5일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치권 인사가 내정되면서 해운업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주로 의원 보좌관만 했다는 이력으로 봐도 ‘해운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11대 1의 경쟁률을 뚫었습니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들을 꺾고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을까요? 나머지 10명 후보자들의 경력을 알아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해운조합 이사장 공모에는 놀랍게도 내정된 오인수씨 같은 정치계 인사 외에도 검사, 국정원 간부, 해군 장교 출신까지도 지원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느 모로 봐도 해운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들이 왜 해운조합 이사장을 하려고 그렇게들 기를 썼던 것일까요?

일단 연봉이 높습니다. 해운조합 이사장은 평균 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는 대통령의 올해 연봉(2억1,210만원)보다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입니다. 공공기관 기관장의 평균 연봉(약 1억5,000만원)보다도 최소 30% 이상 높습니다.

또한 해운조합은 공공기관이 아닌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정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장들이 가장 겁내는 것이 바로 경영평가입니다. 공공기관 기관장은 경영실적 평가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 급여를 받게 되는데, 등급에 따라 연봉도 천차만별입니다. 등급은 S등급이 가장 높고, 이하 A~E까지 총 6개로 나뉘어지는데, 기관별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 C등급 이상을 받아야 연봉 2억원(성과급 포함)을 겨우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운조합에서는 이런 평가 없이도 2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경영평가 스트레스 없이 임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이밖에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한 해운조합 조합원의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해운조합 이사장 자리를 “예전에 ‘관피아’(관료+모피아의 합성어)들이 퇴직 후 쉬러 가는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단체의 장 노릇 하면서도 정부 눈치 볼 일이 크게 없고, 하는 일도 많지 않은데 돈은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죠.

비해운 전문가들이 갑자기 몰린 것과 관련한 또 다른 분석도 있었습니다. 해운조합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검사, 국정원 간부, 해군 등이 공모에 참여한 건 사실상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조합에 얽힌 손해배상과 소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의원들이 정치권 인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해운조합이 세월호 참사로 국정감사를 받게 되면서 ‘방패막이’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해양수산부 출신 관피아)들이 해양수산 관련 단체를 장악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수부 전직 관료들의 유관기관 진출 통로가 사실상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를 정치권 출신 등의 다른 낙하산 인사들이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집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차라리 해피아는 전문가이기라도 하지 않느냐”며 해수부 출신의 등용을 막으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해운조합은 2,000여개의 선사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이사장의 전문성이 상당히 요구되기 때문이란 것이죠.

전문가인 관피아와 비전문가인 낙하산. 과연 어느 쪽을 고르는 게 더 위험한 선택일까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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