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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왜 안자" 무서운 영상 보게 한 보육교사 '유죄'

입력 2016. 01. 28. 11:06 수정 2016. 01. 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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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서적 학대 해당"..벌금 150만원 선고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낮잠을 안 자는 세 살 아이에게 도깨비 등이 등장하는 무서운 영상을 강제로 보게 해 공포심을 일으킨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 1단독 박정길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7·여)씨에게 공소사실 7가지 중 한 가지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건은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여파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해 2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춘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A씨는 낮잠 시간인 오후 1시 34분께 세 살인 B군의 옆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B군이 낮잠을 안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무서운 영상을 B군에게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순간 겁에 질린 B군은 휴대전화 영상을 보기도 전에 다리를 떨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A씨는 B군에게 강제로 영상을 보게 했고 이를 본 B군은 경기를 일으키듯 팔과 다리를 떨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이른바 '도깨비 어플'이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깨비 어플을 실행하면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화면에 도깨비나 처녀 귀신이 등장해 말을 듣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는 아동, 잠을 안 자는 아이들을 바꿔달라고 하는 무서운 영상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B군은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자신의 엄마에게 '말을 듣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유령이 나타나 잡아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피해 아동 부모 등의 신고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군에게 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B군에게 무서운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원래 B군이 종종 사소한 것에 놀라 팔과 다리를 떨면서 우는 기질의 어린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 넘겨질 당시 A씨의 아동학대 공소사실은 이외에도 6가지가 더 있었다.

같은 해 2월 3일에는 B군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자 팔을 잡아 자세를 교정하고 숟가락을 쥔 손을 끌어당겨 밥을 먹이기도 했다.

역시 밥을 먹기 싫다고 하는 세 살 여아에게는 식판을 치우고 20분간 가만히 앉아 있도록 했고, 이틀 뒤 또 다른 세 살 남아에게는 다른 아동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40분간 혼자 앉아 이를 지켜보도록 했다.

다른 아동과 장난감 바구니를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한 남아의 장난감 바구니를 빼앗고서 10분간 종이 벽돌을 정리하게 했다.

수업시간에 장난치는 아동의 양팔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바닥에 앉히고서 혼자 내버려두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B군에게 무서운 영상을 보여준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6가지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의 반응과 행동으로 볼 때 피고인이 문제의 영상이나 사진을 최소한 한 차례 이상 보여줘 위협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B군에 대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가 되기에 충분하고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나머지 행위는 보육교사로서 부적절하다고 해도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로 평가하기는 부족하다"며 "유죄 부분의 양형은 벌금형이 확정되면 10년간 어린이집 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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