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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 걷은 年 1조원 믿고.. 이재명, 공짜복지 정치쇼

성남/성진혁 기자 입력 2016. 02. 02. 03:06 수정 2016. 02. 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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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무상복지 들여다보니] - '마이웨이' 무상복지 절차 무시하고 3대 복지 강행.. 정부·경기도, 대법원에 제소 청년 취업 지원 위한 상품권 상당수가 술값·옷값 등에 사용 - 주민들 반대 많아 "市長 개인의 정치적 입지 위해 우리가 낸 세금 쏟아붓나" 반발 "잠깐만 화려한 불꽃놀이 정치.. 결국 주민들만 피해" 지적도

지난 25일 성남시 중원구의 모란시장. 수도권 최대 전통 시장인 이곳에서 만난 유점수 상인회 회장은 "예전엔 5일장이 서면 성남시에서 발행하는 '성남 사랑 상품권'이 시장 전체로 볼 때 1000만원 정도 들어왔는데, 요즘은 1500만~2000만원 정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의류·잡화류를 주로 취급하는 성남 최대 지하 쇼핑몰인 중앙 지하상가엔 '성남 사랑 상품권 대환영'이라는 배너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본지는 지난주 사흘 동안 성남시 중원구·수정구·분당구 일대를 현장 취재했다. 지난달부터 성남시가 '청년 배당' 등 무상 복지 수단으로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성남시가 강조한 '청년의 취업 역량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상당수 청년이 상품권을 먹고 마시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족발과 소주를 먹고 '인증 샷'을 올리거나 '성남 사랑 상품권 사용! 2시간 안에 다 먹음. 아 이제 배가 아파온다' '엄마한테 다 줬다. 엄마가 잘 쓰시겠지…' 등의 글을 남겼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씨는 "옷 사는 데 반을 썼고, 반은 할머니 드렸다"면서 "취업 역량 강화하라고 상품권을 준 것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직장인 차모씨는 "이 상품권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앞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3대 무상 복지

이재명 성남시장은 올해부터 성남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시민(1만1300명)에게 분기별로 12만5000원을 지역 화폐(성남 사랑 상품권)로 주는 청년 배당, 산모(産母)에게 1인당 25만원씩 상품권을 지급하는 공공 산후 조리 지원,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8900명에게 1인당 15만원씩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무상 교복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 스스로 3대 무상 복지라고 부르는 이 정책들은 지금껏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 어느 곳도 해본 적이 없는 실험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이런 유의 복지 정책은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 절차를 무시했다. 결국 정부와 경기도는 성남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곳곳에서 부작용·반발 속출

청년 배당 정책은 시행 초반 상품권이 불법적인 '깡(액면가보다 할인해 현금화)'의 대상이 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무엇보다 만 24세 청년 전원에게 무차별적으로 상품권을 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미 취직을 한 사람까지 '취업 역량 강화' 명목의 지원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성남시 방식의 현금(상품권) 투입은 소모성 지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취업에 불리한 저소득층 청년 등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어느 정책에나 부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반대 세력이 트집을 잡는다"고 했다.

성남시의 재정 자립도(57%)는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 중 5위권이다.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와 분당 덕분이다. 지난해 성남시가 걷은 지방세 1조4619억원의 73.5%인 1조744억원이 분당구에서 걷혔다. 분당구민들은 이 시장의 일방통행에 반발하고 있다. 분당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48)씨는 "이 시장이 분당에서 걷은 세금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공짜 복지'에 뿌리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의 김모(44)씨는 "복지를 하려면 장애인이나 소외된 이웃을 더 배려했어야 한다"며 "성남시 예산 집행 우선순위에서 분당이 늘 뒤로 밀리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상호 성남시의회 의원(새누리당)은 "이 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분당구 아파트 리모델링 기금 1조원 조성'을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149억원을 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윤은숙(57) 전 경기도 의원이 지난달 초 성남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5%가 청년 배당을 반대했고, 찬성은 23.5%에 그쳤다.

◇"이 시장, 복지를 개인 정치에 이용"

이 시장은 안팎의 비판에도 3대 무상 복지를 밀어붙일 기세다. 그는 "우리가 돈을 아껴 확보한 예산으로 무상 복지를 하겠다는데 정부가 왜 간섭하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시장이 인구 100만명의 성남시를 '이재명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복지 정책은 갈등 융합적으로 가야 하는데 이 시장은 작심하고 갈등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며 "겉만 화려할 뿐 끝이 허망한 '불꽃놀이 정치'를 하고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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