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정규(성남) 기자] 지난해 4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 출사표를 던진 ‘버니 샌더스’의 당시 지지율은 3%. 하지만 다크호스를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예견은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의 이재명 성남시장도 2015년 4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 지지율로 대권잠룡에 첫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이 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샌더스에게 열성 지지자들이 많지만, 전국적 인기가 없다는 게 레이스 초반 그의 단점이었다. 이런 샌더스의 최근 돌풍에 대해 CNN이나 워싱턴포스트는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며 민심과 눈을 맞추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본주의’ 파수꾼인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샌더스가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 곳곳에 만연한 차별 문제에 정면대응하면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샌더스는 부자가 아닌 이웃에게 한푼 두푼 모아 선거 자금을 마련한다. 그는 반(反) 월街 정책과 친서민 행보로 ‘보통사람’ 같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는 “부자 상위 14명의 재산이 2년간 1570억달러(약 188조원) 늘었는데, 이는 하위 계층 40%가 2년간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다”라고 말한다. 소수에게 편중된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분배하고 99%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한 진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 발언에 거리를 두기보다 편승하는 듯하다. 2011년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면서 미국 월가에서 일어난 시위인 ‘Occupy Wall Street’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플래카드는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미국에서 샌더스 ‘신드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최초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평범한 국민을 위한 미국의 미래를 말한다. 이 열풍이 한국에 전파될 수 있을까. 한국에도 샌더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이 시장과 샌더스의 공통점은 4가지로 대표된다.
첫째로 기득권 권력과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세력들과 타협하지 않고 투쟁한다.
두번째는 국민들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재명과 십만대군’이라는 자신의 SNS 지지층도 폭넓게 형성돼 있다. ‘손가락 혁명군’이라는 지지 세력은 쉴새없이 SNS를 통해 이재명 시장을 홍보하는데 앞장선다. 그래서 그의 별칭은 ‘SNS 대통령’이다.
세번째, 풀뿌리 조직들의 지원을 받는다. 국민이 가진 권리를 알려줘 정치 참여를 권장하고 지지세력으로 흡수한다.
마지막,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성남이라는 작은 도시의 성공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한다. 그래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성남을 ‘성남민국’, ‘성남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장은 한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한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반대에도 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조리지원 3대 복지사업을 강행했다. ‘이재명 3대 무상복지 패키지’다.
정부가 성남시를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으로 대법원에 제소하고, 이 시장은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리 성남시의 재정력지수(자치단체가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능력)가 높아도 중앙정부가 직무감사-직제 허용 등의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정치혁명’을 일으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돌풍’이 버니 샌더스처럼 한국에서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fob140@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