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유가發 산유국 도미노 부도위기..글로벌증시 당분간 요동

황인혁,이진명,이덕주,배미정 입력 2016.02.03. 17:44 수정 2016.02.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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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다시 30弗 붕괴◆

산유국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감산' 논의가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가 이틀 연속 급락해 다시 13년래 최저치인 배럴당 30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감산 구명줄을 기다리다 못해 지친 산유국들은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유가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상황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5% 급락한 배럴당 29.88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5.9% 하락에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 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4.4% 떨어진 배럴당 32.73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들이 감산 협의를 제안했지만 상당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으며 유가 하락이 가속화했다. 중남미의 베네수엘라가 긴급회의 개최 분위기를 띄울 태세지만 OPEC 회원국들은 감산을 위한 긴급 회의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회원국 상당수가 정기 회의가 예정된 6월 전에 긴급 회의를 개최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OPEC 관계자는 "감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회의를 개최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감산 불발 가능성에 따른 유가 급락은 미국·유럽·일본 증시의 동반 급락을 또다시 초래했다.

최근 들어 '유가 하락→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패턴이 반복되면서 유가와 증시 상관관계가 부쩍 높아지는 천수답 구조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유가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 키우고 있는 셈이다. 3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 이상 급락했고, 코스피는 0.84% 하락해 낙폭이 크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산유국들은 일제히 자구 노력 마련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예산 적자를 메우고자 세계은행(WB)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의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사실상 국가 경제가 마비된 베네수엘라에선 민영화 추진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를 장악한 우파 야당이 국영 석유회사와 통신회사를 민영화할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요 국영기업 사장들을 불러 민영화 계획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러시아 철도, VTB(은행) 등 알짜 기업들도 포함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국영 아람코의 기업공개와 지분 매각 계획을 지난달 7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산유국들의 주머니가 바닥을 보이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페트로달러 회수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한층 확대되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원자재값 하락이 계속되면서 관련 기업들 실적이 악화되자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원자재 업체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글로벌 최대 광산업체 BHP빌리턴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저유가 여파로 영국 대형 에너지 기업인 BP는 지난해 4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고,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도 2002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BP는 2017년까지 3000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엑손모빌은 올해 자본 지출을 작년보다 25% 줄이기로 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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