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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청년정책 부숴버릴 거야

전혜원 기자 입력 2016. 02. 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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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0일 경기 성남시는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 1만1300명에게 분기별 12만5000원씩 연 50만원을 지역화폐 또는 전자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3시간 만에 2000명 가까운 청년이 신청했다고 성남시는 밝혔다. 서울시도 이른바 ‘사회 밖 청년’ 3000명에게 월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정책은 이미 시의회 의결로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두 정책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가 1월14일과 1월18일 서울시의회와 성남시의회의 예산안 의결이 무효라며 대법원에 제소했기 때문이다(성남시의회는 관할기관인 경기도가 제소했다). 무효 소송뿐 아니라 집행정지결정 신청도 함께 냈다. 대법원이 집행정지결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두 정책은 당장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중앙정부 손을 들어줄 경우, 성남시는 이미 지급한 배당금을 환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들 사업 예산안이 중앙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통과됐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을 보면,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이 협의를 거치지 않았거나(서울시), 협의 결과 중앙정부 정책과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수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는데도(성남시) 지방의회가 예산안을 의결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게 중앙정부 주장이다. 지난해 9월18일 법제처는 법 조항상의 ‘협의’를 ‘합의 또는 동의’로 해석했다. 당초 복지 사업이 아닌 일자리 사업이므로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서울시는 1월12일 복지부에 협의요청서를 보냈다.

중앙정부의 의중과 상관없이 정책을 집행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전까지는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 올해부터 생겼다. 돈이다. 지난해 12월1일 중앙정부는 협의나 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한 지방정부에 대해선 해당 금액 이내로 지방교부세를 깎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추가 불이익도 있다. 1월18일 기획재정부는 공모 사업 등에서 보조금을 줄 지방정부를 선정할 때 법령 준수와 정책 협조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는 2016년 예산 운용 지침을 내려보냈다. 중앙정부 뜻을 따르지 않으면 돈으로 지방정부 손발을 묶겠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법정으로 가게 됐다. 누리과정 사태가 보육과 관련한 국가 인프라를 건드렸다면, 이번 갈등에서 이슈를 폭발적인 것으로 만드는 지점은 청년이다. 두 정책은 정확히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을 지역화폐 또는 전자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올해는 예산상 만 24세 청년 1만1300명에게 당초 계획의 절반인 연 50만원(분기별 12만5000원)을 지급한다. 취업 여부, 소득 수준, 근로 의사와 관계없이 연령과 거주 조건만 만족하면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이다.

청년수당은 서울시 거주 19~29세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정규교육도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고용되어 있지도 않은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거나, 졸업을 유예했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회 밖 청년’이 대상이다. 이들이 공공·사회 활동이나 자기주도 활동 등을 포함한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최단 2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평균 월 5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사회 밖 청년’ 50만2000명 중 2016년에는 3000명(0.6%)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90억원으로 편성했다. 저소득 미취업자와 장기 취업준비생을 우대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 1월20일 경기 성남시는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청년배당을 신청하러 온 청년들과 함께했다.

'과거 일자리 정책보다 훨씬 진일보한 청년정책'

기본소득 대 참가수당이라는 접근법은 다르지만, 두 청년정책을 관통하는 특징이 있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일자리 몇만 개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청년정책이다'라고 정리했다. '기존 중앙정부 정책은 ‘취업시킨다’는 목표에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기보다는 탐색과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그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커리어를 쌓는다. 자발적 이직이나 프로젝트 종료로 중간에 실업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 놓인 청년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두 정책은 적어도 이 방향에 있다. 그게 과거와 다르다.'

청년실업 문제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다. 통계 기준이 개정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이 통계에 취업준비생 63만명은 빠져 있다.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질 실업률은 배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하더라도 고용의 질은 취약하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첫 직장이 1년 이하 계약직이다.

역대 정권마다 정부부처 합동으로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았다. 연 1조~2조원의 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근본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조직노동’의 영역, 이른바 ‘내부 노동시장’과 그 외부의 격차가 너무 크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볼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 중소기업 정규직은 52,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 수준이다. ‘괜찮은 일자리’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노동시장의 10%에 불과하다. 첫 직장의 낙인효과로 ‘취업 재수’가 합리적 선택이 된다.

그동안의 정책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건드리지 않은 ‘임시방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고용률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직접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일자리였고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했다. 직업훈련 뒤 취업을 알선해도, 사업주에게 보조금을 지원해 인턴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해도 고용의 질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사업주가 인턴 당시 수준대로 낮은 임금을 지급해, 결과적으로 인턴 제도가 기업 비용 절감에 쓰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국회예산정책처). 국외이지만 해외취업 지원도 이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단기간에 취업자 수, 취업률 같은 수치를 성과 지표로 삼다 보니 질 관리에 실패했다. 여러 개선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업 인건비만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 1월18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보수·진보의 해법은…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고용의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게 보수가 내놓은 답이었다. 기존 내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면 기업이 새 고용을 할 여력이 생길 테고, 그러면 취업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정년연장법 시행과 더불어 정확히 이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왔다.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 합의에 대해 한국노총은 ‘파기’를 선언했지만, 정부는 일반해고의 길을 트고 임금 등 취업규칙을 노조 동의 없이 바꿀 수 있게 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를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정상화), 실업급여 기간과 금액 확대, 출퇴근 산재 인정, ‘뿌리산업’ 파견 허용을 담은 법안을 ‘노동개혁법’이라 부르며 여론전을 편다.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은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아예 노동개혁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과 묶어 ‘경제활성화법’ 서명운동에 나섰다.

반면 그간 청년실업 문제에서 진보가 내놓은 답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규제와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의무할당제 민간 확대, 재벌 개혁 정도다. 장기 과제이거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안들이다. 야당 출신 단체장들이 이끄는 지방정부의 이번 청년정책 시도 역시 보완에 그친다. 하지만 안전망은 현재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공백 중 하나다.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평균 11개월이 걸리는데, 취업 경험이 없는 구직자나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박 대통령이 통과를 호소하는 실업급여 개편은 보장성은 강화하지만 문턱을 높인다. 신규 진입 준비자에게 더 불리해진다. 중앙정부의 취업 지원 서비스는 강한 상호의무를 강제하는 반면 구직자의 폭넓은 욕구에 대응하지 못한다.

ⓒ시사IN 신선영 :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회의 ‘청년활동지원사업’ 예산안 의결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자 1월18일 청년단체들이 대법원 앞에서 소송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와 성남시 두 지방정부의 정책 실험은 근본적 대안은 아니어도,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위한 ‘고용안전망’ 논의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직업훈련이나 인턴제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행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회 밖으로 나가버린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책 수단이 없었다. 프로그램 참여만 요구하는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런 점에서 ‘청년 니트’를 정책 대상으로 삼은 서울시 청년수당이 결과에 따라 '사회 밖 청년 니트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보여줄 혁신적 실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논의에는 이미 중앙당도 가세했다. 지난해 11월8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민생 4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해 취업준비생들이 구직활동과 직업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난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실험에 대한 중앙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다분히 민감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년에게 돈을 지원하는 정책을 ‘선심성’이라고 정의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 청년들한테 돈을 주고, 무료 산후조리원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정부도 이런 선심성 정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그렇게 안 하고,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여당은 더 나아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겠다는 정치인과 그들의 포퓰리즘이 나라를 파탄으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이란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청년수당을 두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같은, 청년들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정종섭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서울시가) '법을 위반해 집행하는 경우 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있고, 벌칙 조항을 두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청년수당·청년배당에 날을 세우는 정부·여당의 프레임에서 무상급식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패하게 된 주된 이슈다. 더 커지기 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다가오는 총선의 핵심 이슈가 ‘청년판 무상급식’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전혜원 기자 /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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