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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짤리는 건 아닌지" 마음 무거운 어린이집 교사들

전정홍 입력 2016. 02. 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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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서울시의회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결정해 마음의 짐은 덜고 설 연휴를 보내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하죠.”

설 연휴 고향인 대구로 내려간다는 어린이집 보조교사 김모씨(34)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누리과정을 맡은 보육교사를 돕는 보조교사로 일한지 1년여째. 아무래도 신분이 불안정한 보조교사이다보니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중단돼 해고에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일단 서울시의회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4.8개월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근심을 덜었지만, 다섯달 뒤를 생각하면 또다시 불안감이 몰려든다.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편성은 정작 보육대란의 발단이면서도 논의에서는 후순위로 밀려있는 형국이다. 보육료 지원구조상 어린이집이 유치원에 비해 ‘덜 급하다’는게 이유다.

현재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시·도 교육청이 직접 예산을 전달한다. 중간에 완충장치가 없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곧바로 지원이 중단된다.

반면 어린이집에 대해선 시·도와 같은 일반 지방자치단체가 관할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학부모들이 ‘아이행복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한 뒤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드사가 매월 20일 결제액을 어린이집에 먼저 지급한 뒤 다음달 10일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넘겨받은 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이 정산하기 때문에 유치원보다 1개월 여유가 있다. 급할 때는 7개 신용카드사가 2개월치 카드비를 대납하도록 정부와 계약이 돼 있어 2월분 대금 지급시기가 돌아오는 3월 20일까지 여유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교육비 지원은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교사와 시설이 받는 운영비는 예산이 끊기면 즉시 지원이 중단된다”며 “어린이집 예산도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시급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3월 20일까지 여유가 있는 부분은 1인당 29만원의 누리과정 지원금 가운데 학부모가 혜택을 받는 원아교육비 22만원 뿐이다. 교사와 어린이집에 직접 지원하는 원아 1인당 7만원의 운영비는 예산지원이 끊기면 바로 지급 정지된다. 운영비에는 담임 보육교사 처우개선비(수당)와 보조교사 인건비를 비롯해 교재·교구비, 급식·간식비가 포함된다.

운영비 지원이 끊기면 담임교사들은 매월 30만원의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보조교사 인건비 지원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6500명이 있는 보조교사들은 하루 4시간 기준 월 78만원의 월급을 누리과정 운영비에서 지원받고 있다.

서울과 전북 등 지난달 어린이집 누리과정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은 시·도 어린이집에서는 보조교사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보조교사들은 이미 어린이집으로부터 운영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예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어린이집 보육대란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전북이다. 아직 어린이집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전북에는 1623개 어린이집에 약 1500명의 담임교사와 230명의 보조교사가 일하고 있다. 따라서 한달만 예산이 지급되지 않아도 60억원이 넘는 급여 지급이 중단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로부터 교사 인건비 30%를 보조금으로 받는 국·공립과 달리 민간어린이집은 별도 보조금이 없어 누리과정 예산이 중단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결국 부족분에 대한 부담이 학부모에게 전가되는 만큼, 교육청들은 어린이집 예산편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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