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그럴 거면 ‘국민’은 왜 언급하나…“철퇴를 내리라”는 조선, 누구한테?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각 당의 정책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보통 선거를 앞두면 선심성 공약,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쏟아지고 결국 당선 후에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신뢰가 떨어지면 관심이 없어지고, 그럼 각 정당들이 더 자극적인 공약을 내놓는다. 악순환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 공약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며 공공의 재화를 그쪽에 투입하는 것이 합당한지,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며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판단해 좋은 정책은 띄우고 나쁜 정책은 비판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일부 언론들의 ‘포퓰리즘 타령’도 이해해 볼만 하다. 그들의 눈으로는 어떤 정책들이 무책임하고 실현 불가능하며 과도하게 일방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벌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들은 경제 살리기 정책이라 주장하고, 서민들을 위한 분배정책은 경제를 망친다며 물어뜯는 모습, 그리고 명백히 재벌을 대변하면서 서민 운운하는 모습은 그들의 주장이 진실이라거나, 국가운영에 관한 엄청난 철학적 성찰로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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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6일자. 조선일보 사설. |
그러자 6일,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포퓰리즘 딱지를 붙였다. 동아일보는 6면 ‘더민주, 재원대책 없이 “청년취업활동 월 60만원 지급”’ 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정책을 중앙당 차원에서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비슷하다. 사설 ‘보육 대란 만든 여야 또 포퓰리즘 경쟁, 철퇴 내려야’에서 “더민주당이 발표한 공약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거나 기업에 부담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며 “여야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5년 동안 각각 97조원과 192조원이 들어가는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가 지금 그걸 감당하느라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항목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돈이 필요한 일들”이라며 “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나라 곳간은 아랑곳 않고 현실성 없는 약속을 홍수처럼 쏟아내니 표만 노린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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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6일자. 중앙일보 |
그런데 사실, 법인세를 깎아도, 종부세를 없애도 재벌들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올리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나온 각종 통계는 법인세 축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기업 고용이 감소했다고 보여준다. 기업들이 애걸하는 파견법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의 직접고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기업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니다. 재벌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아간다.
결국 언론은 재벌들을 위해 복지정책을 반대한다. 그러니 동아일보 주장처럼 복지공약을 확대하면 “청년에게 미래의 빚더미를 떠넘긴다”라거나, 중앙일보 주장처럼 “나라 거덜 낼 공약을 안한다는 약속부터 하는 게 유권자들의 마음”이라거나 조선일보 주장처럼 “유권자가 철퇴를 내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들은 공허하다. 이들 언론 말대로 하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좋은 정책에 철퇴를 내리라니.
대기업에게 초등학교 옆에 호텔을 짓게 해줘도, 법인세를 깎아줘도, 전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게 해줘도 재벌들은 부를 축적할 더 강한 법안들을 요구할 것이고, 지난 30년이 그랬듯 서민들의 등골은 더욱 휠 것이다. 청년은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나라는 이미 거덜났다고 느낀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은 극단화된 한국이 개인의 ‘노오력’으로 해결 될 수 없다는 자각이다.
언론은 서민들에게 1원이라도 돌아갈 때마다 목에 핏대를 올리고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할 것이다. 대신 재벌들에게 100조라도, 1000조라도 들어갈 때 마다 아직 부족하다고 소리높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언론은 본인들이 스스로 재벌을 대변한다고 말하면 된다. ‘국민들’ 운운하는 것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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