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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뇌관은 3월에 터진다

천관율 기자 입력 2016. 02. 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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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보육) 재정 부담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몇몇 시·도 교육청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미 합의가 끝났다고 하고, 교육청은 합의한 적 없다고 한다. 중앙정부는 돈을 줬다고 하는데, 교육청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두 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교육청이 누리과정 재정을 부담한다는 합의는 있었나, 없었나? 중앙정부는 교육청에 돈을 주었나, 주지 않았나?

‘합의’부터 따져보면 이렇다. 양측에 이견이 없는 사실부터 짚어보자. 누리과정 재정 문제로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직접 합의를 한 사실은 없다. 201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유기홍 의원의 대화다. '누리과정에 대해서 2012년에 이미 협의했다고 했는데, 교육부하고 기재부만 협의를 했던 것이지요? 직접 당사자인 교육감들은 협의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지요?(유기홍)' '예,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황우여)'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2012년에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라고 강조한다. 이 ‘합의’는 뭘까. 2012년 2월에 국회를 통과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에서,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종전의 ‘만 5세’에서 ‘만 3~5세’로 늘어났다. 누리과정의 뼈대가 잡힌 법안이다.

ⓒ연합뉴스 : 1월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누리과정 파동에 대해 ‘강공’을 예고했다.

여기 필요한 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에서 나오는 것으로 상정되었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27%와 지방교육세를 배정하도록 법률상 규정되어 있다. 사실상 ‘교육청 예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니, ‘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누리과정 전체를 책임진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중앙정부는 본다.

함정이 있다. 3~5세 무상교육·보육을 뜻하는 누리과정에 두 가지의 경로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해당하는 유치원과 ‘보육’에 속하는 어린이집이다. 둘은 소관 부처도 다르다. 유치원은 교육이므로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육이므로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그런데 이게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개정안 이전까지, 교육청은 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에 대해서만 자체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개정안 이후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만 3~4세’를 추가로 책임지게 되었다. 교육교부금의 증가는 없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개정안 통과로부터 6개월 뒤(2012년 8월), 어린이집과 유치원 둘 다에 교육청이 재정을 대도록 하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사회적 합의는 없고 ‘시행령 통치’만 남았다

교육청의 반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유치원 무상 ‘교육’을 확대한다는 합의다. 어린이집 ‘보육’ 예산까지 교육청이 부담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앙정부가 유아교육법의 취지를 확대해석한 후에 시행령을 통해 어린이집 예산까지 떠넘긴 것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올해도 1월의 유치원 파동보다, 빠르면 3월께부터 닥칠 어린이집 파동이 진짜 뇌관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리과정이 기획되고 정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라고 부를 만한 대목은 2012년 유아교육법 개정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후 과정은 전형적인 ‘시행령 통치’였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어린이집 보육 예산을 교육청 부담으로 돌리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누리과정 파동이 매년 되풀이되자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못 박았다.

교육청은 당사자 대접을 받지 못했다. 누리과정을 교육교부금 재정으로 하자는 정책 합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중앙정부 내부에서,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유치원 무상교육에 더해 어린이집 무상보육까지 얹어가는 정책도 이때 입안됐다. 유아교육법 개정안 통과 이후 정부 시행령은 유아 ‘보육’도 교육청 재정으로 이관했다. ‘합의’는 한 차례 존재했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과잉 해석되었다.

그렇다면 돈 문제는 어떨까. 중앙정부는 누리과정에 쓰라고 돈을 보냈다는 논리를 편다. 교육교부금의 성격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지급되도록 법으로 못 박혀 있다. 중앙정부 처지에서 보면, 어차피 남의 주머니로 나갈 돈이다. 이 돈의 집행 내역을 중앙정부가 지정한 것만으로 '누리과정에 쓰라고 돈을 보냈다'라는 말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공세를 되풀이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누리과정 정책을 입안한 이명박 정부 말기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교육교부금 비율을 낮추자는 주장이 힘을 받던 시절이었다.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교부금으로 이관한 것은 일종의 ‘거래’였다.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비율 20.27%를 지키는 대신 예상되는 여윳돈으로 교육청이 누리과정 사업을 떠안는 거래를 한 셈이다. 중앙정부의 관점으로 보면, 누리과정을 명분으로 20.27% 비율을 지켜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계약 위반’이다.

ⓒ시사IN 조남진 :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또다시 현수막 정치를 펼쳤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의 현수막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달았다.

여기도 함정은 있다. 중앙정부가 ‘교육교부금이 남아돌 것’이라며 제시했던 세수 추계가 엉터리였다. 경제성장률과 조세 수입이 예측치를 밑돌면서, 교육교부금도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2015년에는 상황이 특히 심각해서 교육교부금이 예상액 49조4000억원 대비 10조원 모자란 39조4000억원에 그쳤다. 10조원이면 누리과정을 2.5번 할 수 있는 돈이다. ‘여윳돈’을 전제로 사업을 이관했는데 실제로는 여윳돈이 발생하지 않았다.

파동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논란은 갈수록 거세진다. 중앙정부의 선택은 강행 돌파다. 1월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누리과정과 같은 교부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해서, 시·도 교육청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안 쓰는 상황을 차단하라'고 말했다. 교육교부금에 꼬리표를 달아서 교육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교육청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예산편성권이 핵심인 교육감의 권한도 위축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도 퇴색될 전망이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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