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13년째 손으로 짓고 있는 '매미성'
[오마이뉴스이명화 기자]
▲ 바다를 바라보았다. |
ⓒ 이명화 |
▲ 매미성에서 바라 본 바다. |
ⓒ 이명화 |
설 전날 시골에 도착해 저녁 먹고 깊은 밤, 별을 보고 싶어 밤 바닷가를 거닐면서 까만 밤하늘에 총총한 별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날인 설날 아침엔 큰집 식구들과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세배하면서 모처럼 북적댔다. 오후엔 가까운 곳에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어중간한 탓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가까운 데 어디 갈 데 없는지 물색해보았다.
▲ 매미성 |
ⓒ 이명화 |
▲ 매미성. |
ⓒ 이명화 |
"너그들 매미성 가봤나?"
"아뇨! 매미성이 뭔데요?"
내가 물었다. 옆에 있던 조카들은 가 봤다고 했다. "거기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남동생 왈, "그럽시다. 커피숍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한 번 가봤다고 집에 있겠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갈 사람만 가보기로 했다. 엄마와 우리 부부랑 남동생 식구들 이렇게 삼대가 함께 차에 올랐다.
▲ 매미성 |
ⓒ 이명화 |
▲ 매미성. |
ⓒ 이명화 |
매미성은 지척에 있었다. 대금리 복항마을에 도착하면 매미성 입구 안내표지판이 나오는데 골목길 따라 마을 앞바다로 내려가면 된다.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이 매미성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자 번잡스러워져서인지 "조용하던 동네가 엉망이 되었다"고 5분만 걸어가면 바닷가이니 차로 진입하지 말고 걸어서 가 달라고 부탁의 글이 쓰여 있었다. 작고 아담한 마을 골목길은 좁아서 차량 진입이 버거운데다 조용한 마을에 소음이다.
▲ 매미성. |
ⓒ 이명화 |
▲ 가족 사진. |
ⓒ 이명화 |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복항마을 해변에 위치한 매미성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600여 평의 밭을 잃게 된 백순삼씨가 그것을 복구하고자 쌓기 시작한 것이 거대한 성벽이 된 것. 자연 재해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갯바위를 따라 쌓은 돌이 어느새 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13년째 혼자 쌓은 성곽의 규모만 120~130m인데 아직도 미완성이라 한다.
▲ 가족 사진. |
ⓒ 이명화 |
▲ 매미성. |
ⓒ 이명화 |
한 사람의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거제시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외도 역시 한 부부의 애틋한 정성과 지극한 자연 사랑이 만들어낸 곳이다. 태풍 매미로 입은 피해로 말미암아 자연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 사람이 시간과 열정으로 빚어낸 매미성, 멋진 성벽이 된 '매미성'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 다음에 가면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매미성 주변 일대를 돌아보며 한 사람의 생각과 열정에 감탄했다. 상상력을 부추기는 매미성을 둘러보고 몽돌밭에서 바다를 향해 서서 물수제비도 날려보면서 겨울 바다에 서 있었다. 해는 지고 저녁이 내리고 있는 시간... 다음에 또 찾아오리라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이제 따뜻한 차라도 마셔야 할 시간.
▲ 매미성. |
ⓒ 이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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