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사람이 13년째 손으로 짓고 있는 '매미성'

이명화 입력 2016.02.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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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숨은 명소 '매미성'을 만나다

[오마이뉴스이명화 기자]

 바다를 바라보았다.
ⓒ 이명화
 매미성에서 바라 본 바다.
ⓒ 이명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거제도에는 숨은 명소 숨은 비경이 많다. 제대로 된 여행을 아직도 못해 봤으니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들조차도 이름만 알거나 전혀 모르는 곳 또한 많다. 해금강, 외도 보타미아, 지심도, 비진도... 어디 그 뿐이랴. 이번 설 명절 연휴 동안 거제도에 있으면서 숨은 명소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내가 모를 뿐 이미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었다.

설 전날 시골에 도착해 저녁 먹고 깊은 밤, 별을 보고 싶어 밤 바닷가를 거닐면서 까만 밤하늘에 총총한 별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날인 설날 아침엔 큰집 식구들과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세배하면서 모처럼 북적댔다. 오후엔 가까운 곳에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어중간한 탓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가까운 데 어디 갈 데 없는지 물색해보았다.

 매미성
ⓒ 이명화
 매미성.
ⓒ 이명화
엄마가 말했다.

"너그들 매미성 가봤나?"
"아뇨! 매미성이 뭔데요?"

내가 물었다. 옆에 있던 조카들은 가 봤다고 했다. "거기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남동생 왈, "그럽시다. 커피숍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한 번 가봤다고 집에 있겠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갈 사람만 가보기로 했다.  엄마와 우리 부부랑 남동생 식구들 이렇게 삼대가 함께 차에 올랐다.

 매미성
ⓒ 이명화
 매미성.
ⓒ 이명화
동생이 말하는 커피숍은 가끔 시골에 내려오면 가는 단골집이다. 작고 아담하고 아늑하고 소박한 커피숍인데 가까운 덕포마을에 있다. 커피 한 잔씩 시켜놓고 오랫동안 앉아 얘기 나누어도 부담없이 편한 곳이라 가끔 시골에 와 달리 갈 데가 없으면 즐겨 찾는 곳이다. 해서 매미성에 갔다 오는 길에 들려보자고 했다.

매미성은 지척에 있었다. 대금리 복항마을에 도착하면 매미성 입구 안내표지판이 나오는데 골목길 따라 마을 앞바다로 내려가면 된다.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이 매미성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자 번잡스러워져서인지 "조용하던 동네가 엉망이 되었다"고 5분만 걸어가면 바닷가이니 차로 진입하지 말고 걸어서 가 달라고 부탁의 글이 쓰여 있었다. 작고 아담한 마을 골목길은 좁아서 차량 진입이 버거운데다 조용한 마을에 소음이다.

 매미성.
ⓒ 이명화
 가족 사진.
ⓒ 이명화
복항마을 주변도로에 주차하고 골목길로 들어서면 얼마 걸리지 않아 복항마을 앞바다가 나온다. 날씨는 맑고 하늘은 파랗다. 하늘빛을 닮은 바다 빛도 파랗다. 크고 작은 몽돌 깔린 해변은 안온하다.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매미성이 저만치 보인다. 마치 옛 유럽의 성벽 같은 느낌이다. 바닷가 몽돌밭을 걸으면서 뽀드득 씻어 건져 올린 것 같은 깨끗한 에머랄드빛 바다를 보며 매미성 쪽으로 몸을 돌렸다.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복항마을 해변에 위치한 매미성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600여 평의 밭을 잃게 된 백순삼씨가 그것을 복구하고자 쌓기 시작한 것이 거대한 성벽이 된 것. 자연 재해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갯바위를 따라 쌓은 돌이 어느새 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13년째 혼자 쌓은 성곽의 규모만 120~130m인데 아직도 미완성이라 한다.

 가족 사진.
ⓒ 이명화
 매미성.
ⓒ 이명화
특이한 것은 매미성을 만든 주인은 특별한 건축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하나둘씩 돌을 쌓기 시작한 것이 성의 형태를 갖추면서 멋진 성벽이 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게 된 거다. 지난 2011년엔 SBS 예능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고 지금은 웨딩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거제시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외도 역시 한 부부의 애틋한 정성과 지극한 자연 사랑이 만들어낸 곳이다. 태풍 매미로 입은 피해로 말미암아 자연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 사람이 시간과 열정으로 빚어낸 매미성, 멋진 성벽이 된 '매미성'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 다음에 가면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매미성 주변 일대를 돌아보며 한 사람의 생각과 열정에 감탄했다. 상상력을 부추기는 매미성을 둘러보고 몽돌밭에서 바다를 향해 서서 물수제비도 날려보면서 겨울 바다에 서 있었다. 해는 지고 저녁이 내리고 있는 시간... 다음에 또 찾아오리라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이제 따뜻한 차라도 마셔야 할 시간.

 매미성.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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