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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폭탄 '의료기관-보험사-정부 합작품'

입력 2016. 02. 16. 03:08 수정 2016. 02. 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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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男 최대 44% 인상.. 네탓 공방보험사 "병원 과잉진료로 손해".. 병원 "보험사의 설계-운용 잘못"가입자 "규제 푼 정부, 관리부실"

[동아일보]
지난달 실손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이모 씨(39·여)는 최근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인상 소식에 등골이 서늘하다. 월 7만3000원짜리 실손보험에 들자마자 보험료가 오르게 된 것. 이 씨는 “인상 직전 가입한 게 다행이지만 1년마다 갱신하는 것이라서 어차피 내년부턴 10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 속은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지난달 22개 보험회사가 실손보험료를 6.8∼44.8%(40세 남성 기준) 일제히 올린 데 대해 거센 여론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비 실비를 보상해주는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150만 명(2015년 상반기 기준)을 넘어서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는 평가를 받은 인기 상품이다. 중복 가입이 제한되기 이전에 보험을 2개 이상 든 가입자(23만 명)를 제외해도 전체 국민의 62%가 넘는다. 그러나 보험사의 손해율이 치솟자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흥국화재가 44.8%, 현대해상이 27.3%, 삼성화재가 22.6% 인상하는 등 실손보험을 다루는 25개 보험사 중 22곳이 잇따라 보험료를 인상한 것. 일단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지만 기존 가입자도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 주기로 갱신해야 해서 결국은 인상된 보험료 부담을 피해 갈 수 없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 상한선을 완화해준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보험 가입자들은 정부에까지 비난의 화살을 보내는 상황이다. 실손보험에 이어 생명보험사들이 4월 종신보험 보험료 인상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최근 각종 공공요금까지 오르는 추세여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며 값비싼 시술과 진료를 권하는 병의원들의 과잉 진료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막기 위해 환자 개인이 아닌 병원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토록 하고, 제3의 손해사정인이 이를 심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반면 의료업계에서는 “민간 보험사들이 운용과 설계의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히 저지할 태세다.

‘책임 떠넘기기’ 공방 속에 과잉 진료와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은 국민건강보험에도 영향을 미쳐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보험사와 의료계가 서로 한발 양보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협안을 내놔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 직후인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실손보험료가 또 인상되면 보험료 인상이 정당한지 자료를 검토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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