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4)씨는 작년 말 한 대출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대부업체로부터 40만원을 빌렸다. 2주일 뒤 이자 30만원을 더해 7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2주 뒤에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일단 30만원만 먼저 갚고 1주일 뒤 70만원을 더 갚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 말에 겁을 먹은 이씨는 결국 부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3주 만에 원금 40만원에 이자 60만원을 더해 100만원을 갚았다. 연리 2600%의 초(超)고금리였다.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하는 불법 변종(變種)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수(日收)에 가까운 고리(高利)를 받아 챙기는 대출 직거래 사이트가 성업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소액 결제를 이용한 '깡(불법 현금 할인)', 상품을 할부로 산 뒤 곧바로 파는 일명 '내구제 대출'까지 등장했다. 대부분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고리를 챙기는 불법 대출들이다.
◇연리 3000% 권하는 대출 직거래 사이트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대출 직거래 사이트'가 유행이다. 대출 직거래 사이트에는 급전(急錢)을 구한다는 20·30대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한 대출 직거래 사이트에는 지난 11일 하루 동안 대출을 원한다는 글이 60개나 올라왔다. 이 중 26개(43%)가 20대가 올린 글이었다. 대출 직거래 사이트란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올린 글을 대부업체가 보고 연락해 대출이 성사되는 일종의 대부 중개 사이트다. 오프라인에 비해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고 심사 문턱도 낮아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연결해주는 업체 중엔 무등록 업체나 법정금리(연리 34.9%)보다 훨씬 높은 고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본지는 직접 한 대출 직거래 사이트에 '28세 대학원생인데 급하게 50만원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려봤다. 그러자 1시간 만에 "일주일 후 80만원을 갚으면 된다"며 돈을 빌려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연리 3120%의 초고금리 대출이었다.
◇소액 결제 깡·내구제 대출 등 기승
최근 현금이 급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소액 결제를 이용한 '깡(불법 현금 할인)'도 유행하고 있다. 대출 희망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 등을 결제하고 이를 대부업자에게 넘기면 구매 금액에서 30% 내외의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이다. 대학생 김모(25)씨는 "20만~30만원을 주변에서 빌리기도 뭣한 데다 다른 대출들과 달리 대출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의 일명 '내구제 대출'이란 것도 등장했다. 대출 희망자가 신용카드로 휴대전화나 노트북, 자동차 등을 할부로 사들여 넘기면 대부업자가 이를 팔아 수수료를 떼고 판매 금액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미국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페이팔 깡'에도 젊은이들이 손을 대고 있다. 페이팔을 이용해 물건을 사지 않고도 대부업체로부터 물건을 산 것처럼 대금을 결제하고, 결제 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이 같은 변종 대출에 손을 댔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파산한 젊은이들도 적잖다. 대출 직거래의 경우 연리 2000 ~3000%대의 초고리를 매기기 때문에 못 갚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출 목적으로 불법 거래된 휴대전화나 차량이 대포폰, 대포차로 유통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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