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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하퍼 리..세계문학 큰 별 지다

김슬기 입력 2016.02.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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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사에 빛나던 두 별이 떨어졌다. '20세기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19일(현지시간), '앵무새 죽이기'의 은둔 작가 하퍼 리가 18일(현지시간)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에코 가족들은 암으로 투병했던 그가 19일 저녁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향년 84세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5만권 넘는 장서에 둘러싸인 채 평생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에코가 SNS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종이는, 적어도 나에게 허용된 몇 해 동안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였다. 그는 종이책의 불멸을 믿었던 마지막 작가와도 같았다.

에코는 명실공히 '르네상스맨'이었다.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중세사가, 철학자, 미학자로 미학 기호학 문화 등을 넘나들며 경이로운 저술 활동을 벌여왔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한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를 지냈으며 '기호학 이론' '해석이란 무엇인가' 등 기호학 관련 저서 20여 권을 펴냈다. 또 '글쓰기의 유혹' '매스컴과 미학' 등 문화비평서, '폭탄과 장군' '세 우주 비행사' 등 동화 장르까지 넘나들며 수많은 책을 썼다.

그러나 에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그의 나이 48세에 처음 쓴 장편 소설 '장미의 이름'이었다.

1980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장미의 이름'은 중세 이탈리아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미스터리하게 그린 추리 소설이다. 종교적 독선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던 14세기 유럽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린 소설은 40여 개국에 번역돼 2000만부 이상 팔렸다. '장미의 이름'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1986년 한국에서 처음 출간했고, 장자크 아노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큰 인기를 얻으며 '에코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생전 소설 7권을 쓴 에코의 마지막 소설은 오는 6월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열린책들은 에코의 장편 '창간준비호(가제·원제 Numero Zero)'를 오는 6월 출간한다고 20일 밝혔다. 미디어 정치와 음모의 음산한 세계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89세로 미국 앨러배마주 먼로빌에서 별세한 미국 소설가 하퍼 리는 명작 '앵무새 죽이기' 한 편만을 남기고 50여 년간 은둔했지만 미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국민 작가'로 꼽힌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앵무새 죽이기')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용기를 가르치는 이 장면은 미국 문학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1962년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도 성공하면서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렸다.

여섯 살짜리 주인공 스카웃의 눈으로 묘사되는 앨러배마 메이콤시 재판 과정을 그린 소설. 흑인 차별이 팽배한 작은 마을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자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위협을 무릅쓰고 그를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핀치의 정의로운 모습은 미국에서 양심적인 백인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30대 초반 신인 작가였던 하퍼 리는 첫 작품의 성공으로 언론 노출은 물론 후속작도 발표하지 않은 채 데이비드 샐린저 이후 가장 유명한 은둔 작가로 남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앵무새 죽이기' 이후 5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전작의 속편 격인 '파수꾼'은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앵무새 죽이기' 재판 당시보다 20여 년 뒤를 그린 이 소설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백인우월주의자로 묘사되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지만, 지난해에만 200만부 이상 팔리며 다시 한 번 하퍼 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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