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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줄인다고? 위원회 또 늘린 정부

조시영,장영석 입력 2016.02.21. 17:40 수정 2016.02.2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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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절차 총4개로 늘어 기업들 혼란산업부·미래부·중기청 등 민원기관 중복기업들 "불편 가중..원스톱창구 마련 시급"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카 기술개발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 중이던 중소기업 사장 박수형 씨(가명·42)는 고민에 빠졌다. 규제 해소 창구인 산업융합 옴부즈만은 산업통상자원부가, ICT신문고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어 세 곳의 민원 해결 절차가 따로따로이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미래부 규제 개선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자 지난해 두 부처가 공동으로 이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지침'도 만들었다. 하지만 규제 관련 민원 요청 절차는 여전히 별도로 운영되면서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애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을 헷갈리게 하는 산업 규제 해소 절차가 하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 사항은 산업부에서 일괄 접수한 후 신설되는 '신산업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쳐 원칙적으로 모두 개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수형 사장은 "규제 완화 건의를 어디에 해야 할지 여전히 헷갈리는데 창구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들었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부터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조직은 그대로 둔 채 비슷한 일을 하는 새 조직을 만드는 '자기 복제' 관행이 규제개혁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산업융합 옴부즈만은 스마트카 같은 산업융합과 관련한 기업 애로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MB정부 시절인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작년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비슷한 일을 하는 ICT규제개선 점검단이 생겨났다. 각각의 존재 이유에 대해 산업부는 "융합기술 제품이 시장에서 겪는 애로와 장애를 위해 힘쓴다"고, 미래부는 "ICT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고 밝히고 있다. 융합산업을 위한 규제개선에 나선다지만 정작 규제개선 조직은 융합에 실패한 모양새다.

게다가 이번에 정부가 신설하기로 발표한 신산업투자위원회는 산업부 산업 옴부즈만의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발표는 했지만 근거법을 어떻게 만들지, 소속을 대통령 직속으로 할지 산업부 산하로 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규제개혁과 관련한 법안마저도 점점 컨트롤타워 없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비판도 있다.

2년 전 국회에 상정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2014년 7월부터 시범 실시 중인 규제비용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경제적 규제에 대해 원칙허용·예외금지(네거티브) 방식을 우선 고려해 규제일몰제(원칙 5년·재검토 3년)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해 올해 상반기 입법을 추진 중인 가칭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시도별로 규제프리존을 설정해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도록 돼 있다. 또 신설되는 신산업투자위원회를 규정하기 위해 또다시 네거티브 방식 규제를 담은 법안이 등장할 전망이다.

조직 중복 문제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업무 중복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향후 국무조정실·미래부 등 관련 부처와 같이 논의해 해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위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신산업투자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지면 경제 규제를 포함해 안전·보건·환경 등 모든 규제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의 중복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조시영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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