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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기고] 대부업법 미뤄놓고 '민생정치' 외치나

이선근 |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입력 2016. 02. 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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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계부채 1200조원의 시대에 민생 현황은 너무나 참담하다. 목까지 차오른 빚더미에 고통받는 서민들은 올 1월1일부터는 설상가상으로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살 떨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최고 이자율을 현행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추고, 이자제한 일몰규정을 연장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제2금융권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은 올해부터 이자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가 거꾸로 이자가 마구 올라가게 됐다는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무려 3000%에 달하는 대부계약을 맺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발 경제살리기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당 측의 입법 연계 전술로 인해 2016년 1월1일 이전에 통과되어야 할 ‘일몰규정’에 대한 개정이 무산돼 버린 것이다. 그 결과가 3000%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2015년 현재 사채 이용자가 등록대부업체 255만명, 미등록업체 200만~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업법 개정안은 500만~600만명의 생명줄을 다루는 법안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일몰규정이 연장되지 않아 현재 대부업체 이용자들은 수천%의 이자를 요구해도 저항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 성남시 등이 대부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사라진 상태에서 권한이 없는 지자체의 약속은 숲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두 달에 가까운 법의 공백 상태는 핵폭탄을 안긴 것과 다름없다.

이런 다급한 법안을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입법과 연계해 상임위에서 다루기를 거부하는 반민생적 태도를 보이다 지난 18일에야 정무위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야의 힘겨루기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언제 본회의가 열려 이 법안이 통과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원래 일률적인 이자제한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었다. 사실상 사채인 대부업체를 육성하고 서민의 생활자금 융통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이자제한법을 훨씬 뛰어넘는 이자율을 보장하고도 모자라 시장상황에 따라 이자제한선을 없앨 수도 있다는 한시법을 만든 것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대부업체의 잔혹함을 일찍이 겪은 일본은 대부업체에 특별히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것을 멈추었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대부업의 문제점을 가급적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이 일몰조항을 없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업법 이자제한 규정을 일몰규정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자제한법상의 25%에 근접하는 선으로 고정시켜야 할 것이다.

여당은 이미 정무위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어떤 명분의 법과도 연계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당정이 부르짖는 ‘민생정치’가 입발린 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는 길이다.

<이선근 |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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