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손으로 10여차례 책상치며 국회 향해 20여분간 격정발언
24일 야당이 47년 만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강행하며 테러방지법의 처리를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향해 20분간 격정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 도중 약 10초간 말을 잇지 못하는가 하면 10여 차례에 걸쳐 손으로 책상을 치는 등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사회 최대 과제는 일자리다.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는데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노동 시장을 변화·개혁시키지 못하면서, 또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으면서 어떻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조 섞인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법에 가로막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 시장 옷을 입고 있는 상황에 우리가 거기에 맞는 옷을 지어놓고, 또 고통스러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도 잘 만들어놓았는데 법이 가로막으며 이 옷을 입지 말라, 이 약도 먹으면 안된다고 하면 환자나 맞지 않는 옷을 껴입은 사람은 계속 고통스러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격앙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동4법은 자동차의 4개 바퀴처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엮인 패키지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재차 법안 처리를 호소하며 "국민에게 표를 달라, 지지해달라고 할 때는 우리가 국회에 들어가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은 안 하고 지지만 해달라고 하는데 국민이 지지해서 뭐하겠나. 똑같은 형태의 국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좌절감밖에 가질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은 또 "왜 엄동설한에 많은 국민이 나서서 곱은 손을 불어가면서 서명을 하겠느냐"며 "그 길이 이렇게 해야만 된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국회가 그것을 막아놓고 어떻게 국민에게 또 지지를 호소할 수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막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분노 섞인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테러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느냐. 여러 신호가 지금 우리나라에 오고 있는데 그것을 가로막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며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1400일이 넘는 동안 서비스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느냐"며 "도대체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거냐"고 국회를 향해 따지듯 일침을 놨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국정 운영 기조를 성장률에서 일자리 중심으로 바꾼다는 방안과 함께 15조원이 투입된 일자리 창출 예산이 낭비 없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전수조사하자는 방안이 확정됐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계 대표성 강화를 위해 청년·비정규직 등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단체를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 대통령은 "정책을 생각할 때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우선 생각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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