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하나님 음성 들려.." 목사까지 사기 당해

홍상지 입력 2016.02.26. 02:37 수정 2016.02.26. 07: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검찰, 6억 챙긴 40대 여성 조사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가 너를 빛으로 끌어내겠다’. 그 며칠 뒤 전 출소했습니다.”

 2013년 말 서울 노량진의 한 교회에서 박모(43·여)씨가 눈물을 흘리며 간증했다. 박씨는 신도들에게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수감돼 살던 중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매일 10시간 넘게 기도하고 주기도문을 1000번 넘게 필사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도들은 “성경 속 이사야서에 나오는 말씀과 똑같다”며 크게 감동받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 교회 신도 김모(43·여)씨와 A씨(43·여) 등 3명이 지난해 6월부터 박씨를 사기 혐의로 줄줄이 동작경찰서에 고소했고 박씨는 최근 검찰에 송치돼 조사받고 있다. 교회 목사인 최모(50)씨 등도 고소장 제출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모두 6억원대라고 한다.

 평소 자신은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말해 왔던 박씨가 2014년 2월 전셋집을 구하던 A씨에게 “하나님이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 말씀하셔서 네게 좋은 집을 구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A씨는 고생하며 모은 전세자금 1억2000만원을 의심 없이 건넸다. 박씨를 믿었기에 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

그해 8월 박씨는 A씨에게 서울 상도동의 한 아파트 열쇠를 주며 “여기서 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진짜 집주인이 찾아와 “월세가 다섯 달 넘게 밀렸다”고 했을 때 비로소 A씨는 속았다는 걸 알았다.

알고 보니 박씨는 1억2000만원을 받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00만원에 집을 계약한 뒤 넘긴 거였다. 사기를 치는 동안엔 월세를 꼬박꼬박 냈기에 A씨는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박씨는 다른 신도들로부터도 같은 수법으로 5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챘다.

 박씨는 최 목사도 속였다. 지난해 6월 “하나님이 내게 성전을 지으라고 말씀하셔서 땅을 봐 놨다. 목사님이 적임자다”고 속여 2억원 넘게 받아 냈다.

최 목사는 “박씨가 ‘성전은 걱정 말고 기도만 열심히 하라’고 해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박씨는 김씨 등 신도들에게 “전직 조폭인 남편이 갖고 있는 나이트클럽 지분에 투자하면 매달 수익금이 나온다”고 속여 2억원을 챙겼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