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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선거 망치면 책임질거냐" 이종걸에 고함

입력 2016. 03. 01. 19:36 수정 2016. 03. 0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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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필리버스터 중단’ 더민주 무슨일이

29일 홍익표 본회의장 발언 시각
김종인, 이종걸 불러 ‘최후통첩’
김, 28일 간담회때도 “출구 찾아라”

이종걸 “3월10일까지 지속” 밝히고
의총 “원내대표에 위임” 뜻 모았지만
비상대권 쥔 김대표 결정에 뜻 꺾여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2월 29일 밤 11시10분,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 대표실로 들어간 직후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목청이 높아졌다. 이를 지켜본 당 관계자는 “거의 국회의원이 보좌관 불러놓고 야단치는 모습이었다”며 “비대위원들도 다 있는 자리였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실로 불려가더니 3분만에 나와 기자들에게 이렇게 발표했다. “내일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관련해 중대 발표를 한다.” 그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27번째 주자로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150시간 넘게 항행하던 필리버스터가 좌초 위기에 놓인 순간이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은 하루 전인 28일 이미 기로에 섰다. 오랜 진통을 겪던 선거구 획정안이 이날 국회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끌고 가 여당의 양보를 끌어내든지, 아니면 선거법 처리를 위해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든지 선택이 필요했다.

28일 김종인 대표는 비공개로 비대위 간담회를 열었다. 전략을 담당하는 당직자들까지 20명 가까이 참석했다. 여기서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대로 가면 이념 논쟁인데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출구를 찾아보라”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필리버스터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의외의 효과를 보인 데다 새누리당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낼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29일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쫓아오는 기자들에게는 필리버스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오전 10시에는 “(필리버스터 전략) 출구는 뭐 자연출구…3월10일이다. 국민들에게 그냥 간절한 호소를 보여주는 일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만큼 가질 수 있느냐는 맥시멈은 10일이다”라고 말했다. 오후 1시 이 원내대표 주도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정회하고 선거법을 처리한 뒤에 테러방지법 토론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물론 새누리당은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저녁 7시40분 ‘필리버스터 중단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아니다. 아직 힘이 성성하다”며 일축했다. 두시간 뒤인 저녁 9시30분 당 대표실에서 나온 이 원내대표는 여전히 기가 꺾이지 않았다. “역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항해에는 항상 역풍이 있다.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다.” 의원총회는 밤 9시30분부터 11시10분까지 이어졌다. 의총 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원내대표한테 위임하기로 했다.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가서 상의하고 진전된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의총이 끝난 직후 당 대표실로 간 이 원내대표는 결국 ‘비상대권’을 쥐고 있는 김 대표의 뜻에 꺾이고 말았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밤 자정을 넘겨서야 대표실을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40분 뒤 이 원내대표도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가자 당직자들이 뜯어말렸다. “지금은 말하실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의겸 이세영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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