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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인데 선생님이 없어요" 속타는 어린이집

입력 2016. 03. 02. 19:12 수정 2016. 03. 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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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파동으로 보육현장 혼란만 가중

보육교사들이 어린이집을 떠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논란이 근본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국 어린이집의 입학 및 개학일인 2일 담임교사가 사라지는 어린이집까지 나오는 등 보육현장이 혼란으로 시작됐다. 애꿎은 아동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고, 어린이집은 상시적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인천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 5세 자녀를 보낸 학부모 A(42)씨는 “오늘 새로 출근하기로 한 담임선생님이 연락을 두절하고 출근을 하지 않아 원장님이 미안하다면서 내일부터 4세반과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지난해 4세반일 때의 담임선생님이 이어서 5세반을 맡아준다고 해서 아무래도 안심이 됐는데, 갑자기 5세반을 맡는다던 선생님은 유치원에 자리가 났다며 그만뒀고 새로운 담임교사는 첫날부터 나타나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이 어린이집에서 담임교사 없는 개학 첫날을 맞은 5세반 수업은 임시로 영상자료를 보는 수업으로 대체됐다. A씨는 “한 반 15명이 한 교사에게 돌봄을 받다가 내일부터 4세반과 통합되면 교사당 돌봐야 할 인원수도 두배가 될 텐데 걱정스럽다”며 “누리과정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진환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올해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출을 희망하고 있다”며 “어렵게 붙잡아 놓고 설득하면 2월 말에 갑자기 안나오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개학 일주일 전 반편성을 하고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사를 소개해야 하는 날 교사가 안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누리과정 운영기준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만 5세 아동을 보육하는 경우 만 5세만으로 반을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개별 어린이집에서 부모 수요 등을 고려해 3∼5세 혼합반 운영이 허용된다. 또 5세 누리과정 담당교사 연수를 이수한 5세 누리과정 전담 보육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누리과정 파동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 현장과 정책 이론이 안 맞아 돌아가니 원장들은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 책임 주체를 두고 교육부는 전국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각 교육청은 어린이집은 아직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어린이집에서는 복지부와 교육부, 교육청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안이 확산된 지 오래다. 입학식 교사의 ‘잠적’ 또는 유치원으로의 ‘이직’은 교사들의 누리과정 파동으로 인한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린이집도 유아교육기관으로서 통상 학사일정처럼 신학기 전 담임교사 배치, 신학기 준비 등이 진행된다. 원장들은 12월이나 1월에 3월 1일 전까지 이동할 교사들을 확인하고 미리 후임자를 뽑곤 한다. 하지만 올해 누리과정 파동 이후 이 같은 관례가 깨졌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교사가 그만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누리과정 파동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정책적 차별로 비화하고, 이 때문에 원아 정원 충족률은 낮아지고 교사들의 이탈까지 겹쳐 특히 민간 어린이집은 최악의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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