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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있는집 없는집 딴세상"..세살 계층장벽, 여든까지 철벽

연규욱 입력 2016. 03. 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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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일반유치원 학부모 모임부터 '간극'"자녀가 노력해도 계층상승 불가능" 절반 넘어

◆ 내부갈등에 무너지는 한국사회 / ⑦ 격차를 넘어선 '단절' ◆

5세 딸을 둔 최희선 씨(37)는 최근 자녀 교육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수준상 영어유치원은 '언감생심'인 최씨는 아이를 구립 어린이집에 입학시켰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영어유치원이나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낸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사교육에 관한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데, 본인은 그렇지 못하는 게 영 불편했던 것이다. 최씨는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학부형들끼리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은 자녀가 5살이 되는 순간 결정된다"며 " '있는 집' 엄마들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브런치를 먹곤 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엄마들은 모임에 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더라도 소득수준이 다르면 본인이 불편해 모임에 안 나가게 마련"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격차가 단순히 계층 간 불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부자와 빈자 사이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격차는 단순히 계층 간 경제 수준의 차이를 넘어 물리적 활동 공간뿐만 아니라 의식적 차원에서의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가 '경제 격차→계층 간 단절→빈부의 고착화(부의 대물림)'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개인의 계층적 지위가 변화하는 정도)이 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문제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한국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단절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남녀 4052명의 '주관적 계층 평가'를 분석한 결과 계층 상승이 어려워진 것은 가장 최근인 정보화 세대(1975~1995년생)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중 한 세대가 지나면서 '하층→중상층· 상층'으로 계층이 오른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이는 11%를 기록한 민주화 세대(1960~1974년생)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연구진은 "한국의 사회이동 추세는 급격한 감소를 특징으로 하고, 그 추세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같은 조사에서 '본인 세대에 비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오를 가능성'을 물은 결과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29.8%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국민대통합위 보고서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이 105명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한국 사회의 빈부 고착화에 대한 인식은 절망 그 자체였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이들 사이에서 "요즘 시대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물려받는 것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등 자기비하적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경제적 격차는 여가활동, 인간관계, 소비에 있어서도 계층 간 뚜렷한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가정주부 A씨(52·서울 서초구)는 "상층 사람들은 호텔에서 모임을 하고 요트 등을 즐길 것이고, 하층 사람들은 강가에 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지 않겠느냐"며 "경제력에 따라 활동 장소나 여러 제반사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주부 B씨(61·경기도 고양시)는 "상층은 기름이고 하층은 물"이라며 "물이 기름을 쫓아갈 필요도 없고, 기름이 물 아래로 내려올 필요도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대통합위 관계자는 "지금은 고생하지만 견디고 노력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분배와 재분배 차원에서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우선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한 분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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