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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딸 여행비·교직원 보육료.. 등록금이 샌다

김민정 입력 2016. 03. 0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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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비 회계를 쌈짓돈 쓰듯

교육부 감사, 부천대ㆍ김천대 등 적발

간헐적 감사로는 비위 차단 한계

“정부 솜방망이 처벌 일관” 비판도

게티이미지뱅크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교비 회계를 대학이 총장 자녀의 해외여행 비용으로 쓰는 등 일부 사립대의 비위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4일 교육부의 ‘사립학교(법인) 회계부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천대, 김천대, 동덕여대 등에서 교비회계를 총장가족의 해외여행비, 총장 아파트 관리비, 교직원 자녀 보육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립학교법(29조)은 ‘교비회계에 대한 세출을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설비 경비’로 한정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와 상관이 없는 곳에 쓰였다고 간주, 이들 대학을 적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전체 355개 사립 대학 중 27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회계(부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교비회계는 주로 총장이나 이사장, 그 가족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대는 총장관사 용도로 빌린 아파트 관리비 1,544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해 경고조치를 했고, 명지전문대는 이사장 전용 차량의 리스료 2,544만원과 유류비 4,117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해 중징계를 내렸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천대는 적절한 심사과정 없이 조교수로 임명된 총장 딸의 해외여행 비용 1,156만원을 출장비로 위조해 교비회계에서 집행해 관련자 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다.

일부 학교는 교직원들의 영유아자녀 보육료까지도 학생 등록금에서 전용했다. 동덕여대는 2013~2015년 교직원 23명의 자녀 보육비 6,851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해 경징계(관련자 견책ㆍ감봉)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관실 내 감사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 끝에 나온 결론”이라며 “노사합의에 따라 복리후생 차원에서 지급해 왔다고 해도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학생 등록금으로 교원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때마다 사립대학의 비위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되지만 ‘가뭄에 콩 나듯이’ 감사가 이뤄지는 것은 한계다. 전국 사립 대학의 수는 총 355개에 달하지만 이 중 교육부가 감사 한 사립 대학의 수는 극히 일부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대학은 총 69곳(19.4%)에 불과하다. 2006년부터 실시한 회계부분감사 대상도 매년 20~30곳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실 직원이 2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시로 감사를 진행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적발 사항에 대해서 교육당국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비회계에서 이사장 전용 차량 리스료와 유류비를 집행한 명지전문대의 경우 사립학교법 위반 소지가 있어 형사고발도 가능하지만, 교육부는 중징계(해임ㆍ파면)와 경고조치를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이사장의 활동비는 넓은 의미에서 학교 활동 업무 일환으로 볼 수 있어 무 자르듯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용섭 사립학교개혁국민본부 사무국장은 “사립학교에는 법인회계와 교비회계가 명확하게 구분 돼 있고 그 중 교비회계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세출 항목이 사립학교법 시행령 등으로 분명하게 규정돼 있다”며 “이를 이사장 차량 유류비나 총장 아파트 관리비로 쓰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 사항인 만큼 교육부가 엄격한 잣대를 작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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