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하자" 女신상 털고 집단 공격..손 놓은 당국

김종원 기자 입력 2016. 3. 6. 20:50 수정 2016. 3. 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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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페이스북같은 SNS상에서 행해지는 이른바 '묻지마 사이버 폭력'이, 더는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 20대 여성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아무 이유 없이 악성 댓글 공격을 받았는데,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있다는 이유로 수사 기관은 물론 해당 SNS 운영업체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생생리포트,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공격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여대생이 털어놓은 얘기입니다.

[최 모 씨/SNS 집단 폭력 피해자 : 제 운전면허증 사진인데 그거를 캡쳐해서 올리면서 '이 사람도 털어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공개적으로 처벌하겠다.]

팔로워가 3만 명이 넘는 유명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이른바 '공개 처벌 예고'는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악플 중에는 외모 비하가 비난의 주였고요, 합성 사진도 사실 충격적이었어요. 그런 건 처음이어서.]

피해 여대생이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단 게 공격 이유인데, 협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얘네 집에 가서 얘를 성폭행 하자' (이런 협박이 이어졌어요.) 주소 이런 게 공개돼 있으니까 정신상태가 위험한 사람이라면 근처까지 찾아올 수도 있는 거 잖아요.]

급기야 한 SNS 인기 작가까지 자기 계정에 피해자를 공격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면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습니다.

참다못해 페이스북 측에 범죄에 가까운 게시물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비난 게시물을) 삭제할 사유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거든요. 그런 걸 봤을 때 (SNS 업체 측이) 꼼꼼히 검토하는 것 같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답을 하는 것 같아요.]

취재진이 이 사안을 문의하러 직접 페이스북 코리아를 찾아가 봤습니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 : (일반 사용자들도 문의사항이 있으면 약속을 잡고 와야 하는 건가요?) (사용자들은) 저희 쪽에 오신다고 하더라도 따로 안내를 해 드리거나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도움받을 곳도 없는데, 이 여대생처럼 SNS를 통해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김경환/IT 전문 변호사 : SNS 등에서 집단 따돌림(괴롭힘) 같은 경우는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요, 그로 인해서 자살하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의외로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페이스북처럼 본사가 외국에 있는 SNS는 가짜 계정을 만들기가 쉬워서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단 겁니다.

저는 지금 임의로 만든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서 길동이라는 이름으로 가계정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계정으로 제가 무슨 글을 쓰든 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절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외국 포털(SNS) 같은 경우는 실제로 사업자와 연락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해자들은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방지할 수단도, 처벌할 방법도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옳은지 SNS 운영 업체와 수사기관 모두 되돌아볼 때입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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