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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어딨죠?"..'성매매 여성' 부모에게 전화한 경찰

김민중 기자 입력 2016. 03. 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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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불응 성매매 여성 가족에게까지 전화탐문, 조사대상 1명에게 경찰 여럿 소환통보도..과잉수사 논란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소환불응 성매매 여성 가족에게까지 전화탐문, 조사대상 1명에게 경찰 여럿 소환통보도…과잉수사 논란]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A씨(여)는 지난달 한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으니 경찰서에 나오라는 것. A씨는 언제 갈지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며칠 후 어머니 휴대전화로 경찰 전화가 또 왔다. "경찰입니다. ○○○씨 어머니 되시죠? ○○○씨한테 연락이 안 돼 전화했습니다."

경찰이 '강남 성매매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며 과잉수사로 대상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사팀은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의 가족에게까지 전화를 돌리거나 한 여성에게 여러 명의 경찰이 연거푸 전화하는 등 수사 대상자들을 압박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복수의 사건 관계자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월18일부터 성매매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여성 50여명을 조사하며 소환에 불응한 일부의 부모, 형제자매에게 전화 탐문을 했다.

당사자인 성매매 여성들은 범죄와 별개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반응이다. 성매매 관련 수사에서 처벌보다 주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더 치명적인 일임을 고려하면 수사 대상자가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린 것만으로도 경찰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지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 충격을 받으셨다"며 "죄가 있다면 그것만 처벌하지 왜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성매매 여성 한 명에게 복수의 경찰관이 연거푸 전화해 소환을 요구한 사례가 빈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게 불안감을 준 것은 물론 여성들 본인에게도 과도하게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다른 경찰 2명이 다시 소환통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수사를 받고 있는 다른 성매매 여성 B씨도 "1명이 전화해 약속을 잡았는데 다른 사람이 전화해 또 약속을 잡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경찰 4명이 소환일정을 잡자고 연락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가족에게 전화한 것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는 "피내사자, 참고인은 경찰의 소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며 "소환 거부를 빌미로 가족에게 전화하는 건 사생활 침해"라고 했다.

피의자로 분류된 여성들을 두고선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사 사실 등이 주변에 알려지면 당사자가 큰 사회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에게 전화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의미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경찰이 가족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가족에게 전화할 때 성매매 혐의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전화 탐문을 하지 않는다면 우편으로 소환 통보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성매매 혐의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노출될 위험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해명했다.

경찰 여럿이 한 여성에게 연락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자료를 수사관들에게 제대로 분배했지만 조사대상을 추리는 과정에서 중복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매매 여성 50여명을 비롯해 150명 가량을 입건했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 수사는 성매매 조직 총책을 체포하고 조직원, 성매매 여성을 대거 입건한 데 이어 성·금품 접대 의혹을 받는 경찰관들을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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