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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원> ② 폭행·살인·성폭력..노인들 두려움에 떤다

입력 2016. 03. 13. 07:01 수정 2016. 03.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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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사 처우 열악·감독 소홀 등 문제..인권 사각화 우려 높아

(전국종합=연합뉴스) 노인들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은 '재활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부모 부양'에 대한 의식이 변하면서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 요양원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요양원이 입소한 노인을 '보살핌'의 대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노인요양보험 부정수급에서 학대와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실종, 사망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인권사각 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요양원 설립 주체들의 그릇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자체 등의 관리·감독 소홀 등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크다.

◇ 상습학대·성범죄에 실종·사망사고까지

강원도 춘천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A(64)씨와 요양보호사 B(55)씨는 상습적으로 요양원 입소 노인을 학대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노인 2명을 휠체어에 앉힌 채 수시로 손목을 테이프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또 노인들을 목욕시키면서 공동세면장 출입문을 열어둬 노인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충북 영동군 한 요양시설 대표인 목사 C(64)씨는 2014년 10월 초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입소 노인이 동료 입소자와 다퉜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이 노인의 손목을 쇠사슬로 침대 난간에 묶고 1주일 간 감금했다. C씨는 구속됐다.

노인들을 '관리'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요양시설에서 이 같은 각종 형태의 학대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입소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도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D(48)씨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62·여)을 매주 1∼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 노인이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맞아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첫 범행을 저지른 그는 이후에 '인면수심' 행태를 반복했다.

D씨는 피해 노인이 자유롭게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 불미스러운 일로 요양원에서 쫓겨날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요양원 사건·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입소 노인이 실종됐다가 숨지는 사고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21일엔 강원도 영월군 한 요양원 뒤편 야산의 연못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노인은 닷새 전 요양원에서 실종됐다.

치매를 앓던 노인이 요양원을 나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2013년 1월 3일에도 울산시 울주군의 한 요양원에서 사흘 전에 사라진 80대 치매 노인이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4년 9월에는 경기도 한 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4급 판정을 받아 입소한 환자 이모(80)씨가 자꾸 돌아다녀 성가시다는 이유로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환자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모두 요양원 측의 부실한 환자 관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 소방시설 부실, 화재 위험 상존…지자체 담당 공무원 태부족

요양원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요양급여를 빼돌리거나 요양보험을 부정으로 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전북 한 요양원 전 회계담당자 이모(51·여)씨는 2010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요양원 회계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치매환자와 노인들 통장으로 입금되는 장기요양급여 4억3천100만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경기도 부천 한 노인요양원 대표(48·여)는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수를 부풀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급여비용 2억4천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특히 화재 위험성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2010년 11월 21일 강원도 인제군 한 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시설에 있던 노인 27명이 긴급 대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앞서 같은 해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불이 나 직원과 노인 12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나 소방시설은 부실하다.

충북도 소방본부가 지난해 85개 노인요양원 소방시설을 점검한 결과 18개 요양원이 각종 시설 불량으로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남도 소방본부도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147곳을 정해 소방시설을 점검했다.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긴급대피시설이 미흡하거나 소방안전관리자 자체 점검 매뉴얼이 없고, 야간 근무자가부족한 곳 등 27곳을 적발했다.

부실한 소방시설은 입소 환자가 많은 요양원 특성상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 같은 다양한 문제점에도 요양원을 관리 감독할 지자체 공무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54곳의 요양원이 있는 대구 북구의 경우 요양원 담당 공무원이 단 1명이다.

대구 전체 260개 요양원을 맡는 공무원도 10명 남짓이다.

요양원 담당 공무원 부족 상황은 전국 지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입소한 노인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시설 안전 상태 등을 파악해 문제 발생 시 대책을 마련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 한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 가족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정부가 현 실정에 맞는 노인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요양원 수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인에게 적정한 치료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실 있는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월급 120만∼140만원, 담당 노인은 7∼8명…요양보호사들도 '한숨'

요양시설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 할 노인은 평균 7∼8명에 이른다. 월급도 턱없이 적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전발전연구원 장창수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대전시 주거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1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월 평균 급여는 121만∼130만원 39.5%, 120만원 이하 25.3%, 131만∼140만원 24.7% 순이었다.

근무형태도 24시간 격일제가 40.1%, 8시간 교대제 25.3%, 12시간 교대제 9.3% 등이었다.

요양업무 외에 노인 가족 식사 차리기와 빨래 등 잡무에도 시달린다고 답한 요양보호사가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이 있지만 2∼3교대로 돌아가는 근무형태를 고려하면 요양보호사 1명당 7∼8명의 입소자를 맡아야 한다.

충북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안모(54·여)씨는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는 기준을 요양원은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3교대 근무를 하면 1인당 7∼8명의 입소자를 돌봐야 하고 교대 근무자가 나오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고 실상을 전했다.

안씨는 "임금도 세금을 떼기 전 기준으로 150만∼160만원 수준이다"라며 "2013년부터 지급한 월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인상하고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 김모(54·여)씨는 "낮은 임금 외에도 휴식 시간 보장이 안 돼 야간근무 때는 혼자 노인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다"며 "노인들이 화장실 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늘 긴장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노인 2.5명에 요양보호사 1명을 두는 인력배치 기준을 채우려고 조리사를 요양보호사로 채용하는 등 유령직원을 명단에 넣기도 한다"며 "이러한 불법운영이 적발돼 요양원이 폐쇄되더라도 운영자들은 사업자 이름만 바꿔 다시 문을 열고 있지만 일자리를 잃는 요양보호사와 거리로 쫓겨나는 노인들만 피해를 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황봉규 류수현 권숙희 박영서 허광무 강종구 고성식 이종민 심규석 정회성 김용민 이재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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