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시스

맞벌이, 소득 많아도 나가는 돈 많아 어렵다..외벌이와 큰 차이 없어

이예슬 입력 2016. 03. 13. 07:54 수정 2016. 03. 13. 08:5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맞벌이 가구 외식·교통·교육비 지출 커
맞벌이 외 가구가 재산소득은 더 커
장시간 근로 줄여 가정 생활에 할애해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서울에 사는 김명진(31)씨는 육아휴직을 채 만 일 년도 쓰지 못한 채 복직해야했다.

돌도 안 된 딸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는 없어 월 150만원에 아이 돌보미를 고용하고 있다. 주거부담과 돌보미 고용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김씨는 두 달 뒤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친정이 있는 경기 용인시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둘이 벌어 잘 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맞벌이지만 노력에 비해 효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은 비맞벌이 가구보다 훨씬 많지만 자녀 보육과 교육, 외식비 지출 증가 등으로 나가는 돈도 커 저축비율은 맞벌이가 아닌 가정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3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8만8520원이다. 이는 맞벌이 외 가정(외벌이, 부자 혹은 모자가 함께 돈을 버는 가구, 무직가구 포함)의 364만6151만원보다 67.6%나 많은 수준이다.

언뜻 보면 맞벌이 가구의 경제 사정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흑자액을 보면 맞벌이 가구가 남기는 돈의 비율은 크지 않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소비하고 남은 부분으로 흔히 저축으로 보관된 금액을 말한다.

◇혼자 벌어도 가능하니 외벌이 한다?

통계청의 조사를 보면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높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389만2000원, 123만2000만원이고 맞벌이 외 가구는 229만3000만원, 62만원이다.

그러나 맞벌이 가구의 재산소득은 1만2000원, 맞벌이 외 가구가 2만원으로 재산소득만큼은 비맞벌이 가구가 높다. 재산소득은 임대료, 이자, 배당금 등을 나타낸다.

즉, 맞벌이 외 가정에는 많이 벌지 않아도 재산이 있어 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굳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가정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생계형 맞벌이가 많다는 의미도 된다.

◇시간 없어 돈 쓴다…교육·가사서비스·외식비 지출 많아

맞벌이 가구의 흑자액은 140만8219원으로 흑자율이 32.1%, 맞벌이 외 가구의 흑자액은 71만8538원으로 흑자율이 23.9%다. 둘의 차이는 10%포인트 내외에 그친다.

이유는 부부 모두 돈을 벌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시간이 없는 만큼 돈을 지불해야 하는 항목이 늘어나서다. 특히 김씨처럼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이 지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우선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가 없는 만큼 외식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맞벌이가 음식·숙박에 지출하는 비용은 한 달에 41만원이 넘는다. 비맞벌이는 29만원으로 12만원이 차이난다.

공교육이 끝난 후 아이들이 갈 데가 없다보니 '학원 뺑뺑이'를 하려면 교육비도 더 든다. 맞벌이 가구 31만원, 비맞벌이 19만원으로 이 역시 맞벌이 가정에서 12만원이 더 지출된다.

한 사람이 더 출퇴근을 해야 하니 교통비도 12만원, 의류·신발도 7만원 더 쓴다. 집안을 정리할 시간도 없어 가사도우미를 부르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도 3만원 넘게 더 든다. 이외에도 통신(4만원), 식료품·비주류음료(2만원), 주거·수도·광열(1만원) 등 모든 항목에서 맞벌이 가구의 지출이 컸다.

혼자 벌어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거나 훌쩍 올라버린 전셋값을 충당하기 힘든 요즘, 맞벌이는 젊은 부부들에게 필수 사항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 둘이 벌어 남기는 돈은 크지 않은 것이다.

◇근로 시간 줄여 가사 노동 부족 해결해야

눈에 보이는 비용 뿐이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한국 맞벌이, 가사노동 시간이 부족하다'에 따르면 가사노동을 고려할 경우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소득격차는 15%에 불과하다. 부족한 가사 서비스의 일부를 돈으로 해결할 순 있지만 청소가 안 된 상태로 집을 방치하거나 어린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혼자 두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맞벌이 가구가 시간 부족으로 가사노동을 포기하는 만큼 효용을 상실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수준으로 오래 일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연관이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사노동 시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효용 상실을 줄이기 위해 장시간 근로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 근로시간의 점진적 축소와 함께 시간제 근로와 같이 가사노동을 병행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shley85@newsis.com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